[미술]韓-日 ‘마흔살 동갑내기’ 작가 14명 뜻깊은 만남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46분


코멘트
한일 작가교류전에 나온 일본작가 아이다 마코토 씨가 한국과 일본지도를 그려놓고 “독도문제가 양국민들의 우정을 금가게 할수는 없다”는 요지의 설명을 하고있다. 아이다 씨는 이번에 참가한 일본 작가들의 고향을 지도안에 일일이 표시하면서 지역과 문화의 특성을 설명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대안공간 루프
한일 작가교류전에 나온 일본작가 아이다 마코토 씨가 한국과 일본지도를 그려놓고 “독도문제가 양국민들의 우정을 금가게 할수는 없다”는 요지의 설명을 하고있다. 아이다 씨는 이번에 참가한 일본 작가들의 고향을 지도안에 일일이 표시하면서 지역과 문화의 특성을 설명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대안공간 루프
25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 대안 전시공간인 ‘루프’. 일본작가 마츠카게 히로유키 씨가 한국잡지 한 장을 벽에 붙여놓고 다트 게임(벽에 과녁을 붙여놓고 물건을 던져 맞히는 게임)처럼 화살을 던지자 무수한 글자 중 ‘原(원)’자에 꽂혔다. 작가는 이 글자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벽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50여 m 떨어진 주점 ‘라티노’에는 이 모습이 대형 TV로 상영됐다. 마흔 살 동갑내기 한일 작가 그룹전인 ‘40전’은 이렇게 막을 올렸다.

흔히 그룹전이라면 작가들의 작품을 뒤섞어 전시하는 것이지만 이번 전시는 이처럼 통념을 깨고 한일 작가 14명이 24시간 동안 릴레이로 전시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설치작품을 비치하는 일로 진행된다. 장르에 관계없이 앞사람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만들어 이것을 4월7일까지 전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가 눈길을 끈 것은 한일관계가 어느 때보다 긴장된 시점에서 올해 한일수교 40주년을 기념해 ‘마흔 살’ 동갑내기 한일 작가들이 예술을 코드로 소통과 우정을 나눴다는 점이다. 동시통역사 4명이 이들의 의사소통을 도왔다.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를 의식해 불상사를 우려한 주최 측이 경호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전시장과 주점 앞을 지키게 해 주변은 사뭇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나 실내는 시종일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전시에 참여한 한국작가는 김소라 김홍석 최정화 정서영 홍성민 이종명 이미경 씨, 일본작가들은 오자와 츠요시, 아리마 스미토시 등 아티스트그룹 ‘쇼와(昭和) 40년회’ 회원 7 명으로 베니스비엔날레와 도쿄 모리미술관 개인전 등으로 일본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쇼와 40년회’는 이들이 태어난 1965년의 일본 연호를 딴 이름. 386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1965년생이 정치 경제 사회의 새로운 세대적 지형을 만들었듯이, 일본의 1965년생도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삶에서 벗어나 개인적이고 다양한 일상적 삶에 주목하게 된 첫 세대라고 한다.

한일 작가들은 사전 준비 없이 현장에서 즉석 작품을 만들어냈다. 일본작가들은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편집한 비디오작품이나 테크노 음악을 작곡하고 노래하는 퍼포먼스와 춤 등을 선보여 영상세례를 받은 첫 세대임을 보여줬다. 한국 작가들은 소개팅 퍼포먼스, 시 낭송, 초콜릿 그림 등 상대적으로 조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일본 작가 오자와 씨는 “일본의 마흔 살은 태어나기 한 해 전 개최된 도쿄올림픽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도성장과 국제화의 열매를 처음으로 향유한 세대”라고 말했다. 일본작가들은 최근 이슈가 된 독도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그룹의 리더인 마츠카게 히로유키 씨는 “대다수 일본 젊은이들은 식민이나 전쟁의 경험이 없는 전후세대이기 때문에 한국은 그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웃나라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밤새도록 한일 예술가들의 뜨거운 수다와 놀이로 이어져 국경과 역사를 뛰어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줬다. 02-3141-1377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