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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25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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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5세기경 키레네(현 리비아)의 철학자다. 머리카락이 빠져 ‘심장이 무엇인가에 물린 듯한 고통을 겪던’ 그는 스승 디온이 ‘머리카락 예찬’으로 대머리를 비꼬자 분노한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그는 “지성이란 열매는 머리에서 불필요한 장식을 떼어낸 뒤에야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사냥꾼의 말, 알렉산더 대군의 일화, 이집트의 사제 등 집요할 정도로 수많은 사례를 들이댄다. 사냥꾼들은 귀와 배 부위에 털이 없는 개가 가장 똑똑하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와 그리스 신 중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보이는 아스클레피오스(의학의 신)도 대머리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는 페르시아전쟁에서 긴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고전했다. 경악한 알렉산더는 이발사들을 불러 모았다. 이집트의 사제는 하늘의 예지에 따라 눈썹까지 밀어버렸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은 생뚱하지만, 익살과 해학이 넘쳐 웃음을 자아낸다. 1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들의 삶의 체취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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