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하는 DIY]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

  • 입력 2005년 2월 3일 15시 32분


코멘트
모아씨가 초콜릿 만드는걸 지켜본 남자친구 재희 씨(오른쪽)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모아씨가 초콜릿 만드는걸 지켜본 남자친구 재희 씨(오른쪽)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번 주 DIY에는 독자 김모아 씨(22·중앙대 식품영양학과 3학년)가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아버지 김장진 씨(53·KT 근무)와 남자친구 김재희 씨(27·하우리 연구원)에게 선물할 초콜릿을 만들었습니다. 모아 씨는 DIY를 신청하는 e메일에서 “사랑하는 아버지와 남자친구에게 내가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모아 씨는 재희 씨와 함께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이길영 부주방장의 지도를 받아 초콜릿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3평 남짓한 초콜릿 주방 내부의 온도계는 상온보다 조금 낮은 섭씨 18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초콜릿이 쉽게 녹아 버려, 사랑이 날아가면 안 되니까요.》

○ 용해와 냉각

이 부주방장은 화이트 초콜릿 덩어리 500g을 꺼냈다. 화이트 초콜릿은 다크 초콜릿보다 탈지분유를 많이 함유해 단맛이 더하다.

서울 동대문 방산시장에서는 kg당 7000원 정도에 초콜릿을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하트, 별 등 각종 초콜릿 모양 틀과 칼 등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초콜릿 덩어리를 칼로 잘게 썬 다음 용기에 넣고 중탕한다. 약불에 두면 섭씨 50도 정도가 유지된다.

초콜릿 덩어리는 금세 사르르 녹았다. 그녀의 정성이 그의 마음을 녹인 것처럼.

“제 여자친구는 언제나 직접 만든 선물로 저를 감동시켜요. 스케치북에 빨간색 크레용으로 하트를 그려 주고, 월남쌈밥 도시락도 만들어 줘요.”

불을 끄고 잘게 썬 초콜릿 100g을 더 추가한다. 섭씨 32도 정도로 식을뿐더러 농도가 걸쭉해진다.

○ 틀 만들기

▽아빠를 위한 하트 상자▽


붓을 들고 녹인 초콜릿을 하트 모양 틀 안에 구석구석 펴 바른다. 두꺼워도 안 되지만 너무 얇으면 나중에 깨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과정은 나중에 초콜릿의 광택을 내는 효과가 있다.

3분 정도 지난 후 틀 안에 녹인 초콜릿을 가득 담은 뒤 따라내면 적당한 두께로 초콜릿이 틀에 묻는다. 냉동실에 10분 정도 둔 뒤 꺼내 두드리면 초콜릿이 하트 모양으로 틀에서 빠져 나온다.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하트 모양 용기가 완성됐다.

▽남자친구를 위한 하트 상자▽


다크 초콜릿으로는 초콜릿 반죽을 만들었다. 전문 용어로는 ‘플라스틱 초콜릿’이라고 부른다. 찰흙 반죽을 연상시키는 초콜릿 반죽은 다크 초콜릿 1kg, 물엿 300g, 설탕 140g, 물 60g을 섞어 만든다.

밀대로 밀어 3mm 정도 두께로 만든 초콜릿 반죽을 냉장실에 7분 정도 둔 뒤 꺼내 하트 모양 틀로 찍어 내면 두 장의 하트가 완성된다. 남은 반죽은 폭 3.5cm, 길이 7.5cm의 직사각형 두 개를 만들어 하트 모양 박스의 옆면을 만든다.

○ 데커레이션

이 부주방장은 얇은 종이를 가져와 고깔 모양으로 말아 접은 뒤 그 안에 녹인 초콜릿을 절반 쯤 따라 부었다. 이제 본격적인 데커레이션이 시작된다.

화이트 초콜릿 하트 상자의 뚜껑 위에 녹인 화이트 초콜릿으로 가로 세로 줄을 여러 개 짜 넣었더니 볼륨감이 생겼다. 녹인 다크 초콜릿으로는 글씨를 써 넣었다. 처음 솜씨인데도 또박또박 쓴 글씨가 정갈하다.

“아빠, 힘내세요. 사랑해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뒀다는 이 부주방장은 모아 씨 옆에서 “아직까지는 딸이 밸런타인데이에 500원짜리 초콜릿을 선물하는데, 남자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내게 만들어 달라고 조를 날이 올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다크 초콜릿 하트 상자 뚜껑 위에 올릴 장미꽃 장식 색상으로 모아 씨는 푸른색을 골랐다. 화이트 초콜릿 반죽에 색소를 조금 넣어 동그란 반죽 6개로 한 송이 장미를 완성한다. 가장 안쪽 꽃잎은 50원 크기, 바깥쪽 꽃잎은 500원짜리 크기였다. 이때 꽃잎 바깥 쪽으로 갈수록 반죽이 얇아진다.

남자친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J에게. 사랑해”와 큐피드의 화살이 꽂힌 하트 장식. 여자친구가 직접 만든 초콜릿 상자를 손에 든 남자친구는 연방 싱글벙글했다.

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 다음 번 ‘독자 DIY’의 소재는 패션 페인팅입니다. 친구나 가족을 위해 청바지 티셔츠 가방 등 다양한 제품에 수작업 페인팅을 해 보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이번 호에 실릴 예정이던 ‘토피어리’는 제작 사정으로 18일자에 싣습니다)

▼아빠! 뒤에서 응원 할게요▼

아빠, 이 초콜릿 누굴 위해 만들었는지 아세요. 바로 아빠예요.

지금까지 한번도 표현 못한 아빠에 대한 마음을 초콜릿에 담아 봤어요.

어릴 적 아빠가 “난 초콜릿 싫어해”라고 말씀하셔서 지금까지는 선물하지 않았어요. 생각해 보면 초콜릿보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예요.

얼마 전 아빠는 풍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순간 가족을 위해 수고하신 세월이 아빠를 여위게 했구나 생각하니 울컥했어요.

우리 집 대장 아빠, 힘내세요. 엄마, 오빠 그리고 제가 뒤에서 기도하고 응원하는 것 잊지 마세요. 아빠, 쑥스럽지만 사랑해요.

▼오빠! 영원히 함께 하길…▼

지난해 이맘때 오빠에게 초콜릿 만들어 준다고 설치다가 결국 못했잖아요. 오빠는 서운했던지 화이트데이에 내게 큰 초콜릿을 줬죠.

오빠에게 제가 만든 초콜릿을 건넬 생각을 하니 절로 흥이 났어요. 오빠는 사랑은 주는 만큼 돌아온다며 항상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줬어요. 힘들 때 끌어주고 지칠 때 쉴 수 있게 해 줬어요.

내가 만든 초콜릿 안에 내 사랑 있으니까 꼭 받으세요.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연인 돼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