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매머드, 빙하기 거인의 부활’

  • 입력 2005년 1월 28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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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복원도. 3700년 전 멸종된 매머드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매머드 복원도. 3700년 전 멸종된 매머드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매머드, 빙하기 거인의 부활/리처드 스톤 지음·김소정 옮김/310쪽·1만3000원·지호

1984년 4월, 시카고트리뷴 지는 놀라운 소식을 보도했다. 시베리아대학의 수의학 교수가 얼어붙은 매머드의 시체에서 난자를 분리해 코끼리 정자와 수정시켜 ‘반쪽 매머드’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마몬텔레파스’라는 이 잡종은 시베리아에서 눈에 갇힌 트럭을 끌어내는 등 맹활약 중이라고 이 신문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관지 ‘테크놀로지 리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자가 간과한 것은, 이 기사의 원문이 ‘테크놀로지 리뷰’의 4월 1일자에 즉, 만우절 기사로 실렸다는 사실이었다.

당시는 한 편의 희극으로 끝났지만 ‘매머드의 부활’은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다. 공룡은 6000만 년 전 멸종해 화석으로 발굴되지만, 3700년 전까지 지상을 활보했던 매머드는 얼어붙은 땅속에서 온전한 털가죽을 갖춘 채 발견된다. 심지어 탐사대의 개들이 매머드의 붉은 살점을 뜯어먹기도 한다.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의 초원지대를 장악했던 이 ‘털 난 코끼리’는 왜 순식간에 멸종해 버렸을까. 과학 주간지 ‘사이언스’의 기자인 저자는 2000년 시베리아 하탕가의 매머드 발굴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등 집요한 추적을 통해 이 잊혀진 거수(巨獸)의 실체에 접근한다.

매머드의 멸종 원인을 밝히는 확실한 학설은 아직 없다. 오랫동안 과학계의 지지를 받아온 학설은 ‘기후변동설’이다. 극지의 얼음층에 갇힌 대기를 분석한 결과 1만1500년 전의 약 20년 동안 지구온도가 섭씨 5도나 상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다량 분출하고 있는 지난 100년 동안에도 지구 온도는 섭씨 0.75도만 상승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거대한 환경 충격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매머드가 이 충격 이전에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다른 데서 매머드 멸종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수렵 멸종설’이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매머드 멸종의 이유는 바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순록 등 사냥하기 쉬운 다른 생물종도 살아남았지 않느냐는 반론과, 매머드가 ‘유전적 사촌’인 코끼리처럼 4∼6년에 한번 새끼를 낳기 때문에 개체 감소의 피해를 더 쉽게 겪는다는 재반론이 이어졌다. 1977년에는 ‘바이러스설’이 대두됐다. 전염병의 확산이 순식간에 매머드를 지구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했다는 가설이다.

멸종의 이유가 무엇이든, 이들이 현실세계에 부활하는 것은 가능할까. 저자는 생명과학의 발전 속도에 비춰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이 책이 씌어진 2001년의 시점에서는 두 일본인 생물학자가 가장 진전된 연구 성과를 보였다. 고토 가즈후미는 ‘1984년 만우절 기사’와 비슷한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잡종’ 매머드가 태어난 뒤 그의 난자를 다시 순종 매머드의 정자에 수정시키는 방법으로 몇 대(代)가 계속되면 유전적으로 거의 순수한 매머드가 탄생한다는 것. 이에 비해 이리타니 아키라는 체세포 복제를 성공시킨다는 ‘한판승’ 방법을 택하고 있다.

두 방법 모두 파괴되지 않은 DNA를 가진 매머드의 세포를 추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도 ‘싱싱한’ 매머드를 찾기 위한 경쟁이 북극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원제 ‘Mammoth: The Resurrection of an Ice Age Giant’(2001년).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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