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한민국 Power Dinner/‘파워 레스토랑’ 베스트6

  • 입력 2004년 8월 26일 16시 23분


코멘트
《동아일보 위크엔드팀은 3선 이상 국회의원과 각 부처 장관, 대통령수석비서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외국계 기업 포함) 등 정관재계 인사 65명에게 저녁 식사를 위해 자주 가는 식당을 물었다. 정치인은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인근의 식당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민일보 사옥의 서울시티클럽과 63빌딩 식당가가 단연 인기였다.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자주 가는 식당은 서울시청과 광화문 근처에 몰려있는데 청와대나 정부중앙청사와 가깝기 때문이다. 신문로의 향원을 비롯한 전통의 한정식집이 여전히 인기가 높았다. 특급 호텔 식당 가운데에선 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과 일식당 고토부키가 단골이 많았다. 서울신라, 웨스틴조선, 롯데호텔서울, 밀레니엄서울힐튼 등 서울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 식당들도 두루 언급됐다. 기업인들이 선호하는 식당은 시내에서 강남 지역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다. 정관재계 인사들이 꼽은 60여곳의 식당 가운데 상대적으로 표를 많이 얻은 식당은 다음과 같다.》

○ 서울시티클럽

1998년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12층에 문을 연 서울시티클럽은 짧은 기간에 여의도 식당가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분위기가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며 국회의사당에서 가깝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다.

회원제 클럽으로 일반인 출입이 적다는 점도 은밀한 장소를 선호하는 정치인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 건물 지하의 한식당 운산을 자주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식당 화단(사진·02-781-9650)은 50명까지 앉을 수 있는 홀과 다다미방 3개, 테이블방 5개를 갖추고 있다. 홀에도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돼 있어 조용히 대화하기 좋다. 다다미방은 가장 안쪽에 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 때문에 아늑하다. 초밥과 튀김, 데판야키 카운터가 각각 따로 마련돼 있어 간단하게 식사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 정통 코스요리는 7만∼12만원, 도시락과 초밥, 튀김정식 등 각종 정식요리는 5만∼7만원. 오전 7∼10시까지는 2만5000∼3만5000원짜리 조찬 메뉴도 낸다.

중식당 백원(02-781-9655)에는 50명 정도 들어가는 홀과 7명부터 20명까지 모임을 할 수 있는 별실 8개가 있다. 코스 메뉴는 점심 3만8000∼4만5000원, 저녁 6만5000∼9만원.

○ 63빌딩 고급 식당가

역시 여의도의 유력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 회원제인 거버너스 챔버(사진·02-789-5761)와 일식당 와꼬(02-789-5751), 중식당 백리향(02-789-5741)은 날씨만 좋으면 강남까지도 훤히 보이는 시원한 전경을 자랑한다. 특히 건물 모서리 쪽에 두 면에 걸쳐 창이 나 있는 별실이 인기다.

백리향은 최근 20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을 했다. 13개의 별실을 갖췄고 이 중에는 TV나 컴퓨터, 피아노, 식전주를 즐기기 위한 소파가 있는 커다란 방도 있다. 코스 메뉴는 점심 4만∼12만5000원, 저녁 6만∼30만원.

거버너스 챔버는 얼마 전까지 비회원이라도 국회의원 같은 저명인사들은 출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엄격하게 통제한다고 한다. 정통 프랑스 요리가 중심. 고객이 원하면 일식, 중식, 뷔페 등도 준비한다. 사파이어, 에메랄드, 가넷, 오팔 등 보석 이름으로 된 별실이 8개 있다. 큰 방은 화장실과 노래방 시설, 칵테일 바 등을 갖췄다.

○ 외백

70년대 서울 국도극장 옆에서 시작했으니 이미 30년 역사를 갖고 있다. 84년 여의도로 옮겨왔다. 순복음교회 앞 여성백인회관 건물에 있다.

이곳 역시 정치인들이 자주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DJ와 YS가 야당 총재 시절부터 자주 출입해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의 집결지가 됐다고 한다. 국회에서 가깝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화교 출신의 주방장이 베이징(北京) 스타일을 기본으로 쓰촨(四川) 지방의 요리를 덧붙여 메뉴를 구성했다.

1층에는 4인석 테이블이 22개 있다. 2층에는 4인실에서 25인실까지 별실만 9개가 있는데 이곳이 정치인들의 모임 장소다.

코스 메뉴는 2만2000∼5만원으로 다른 여의도 고급 식당보다 다소 싼 편이다. 지리적 여건도 그렇지만 가격 경쟁력 덕분에 의원들의 단체 회식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식당측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냉채, 샥스핀, 새우요리, 쇠고기 안심, 피망고추잡채 등이 나오는 3만원대 메뉴를 주로 시킨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인근 순복음교회 신도들도 많이 온다. 자장면(4500원) 같은 일반 식사 메뉴도 잘 팔린다. 국경일과 명절에는 쉰다. 02-780-5393

○ 향원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구세군회관 골목 안쪽에는 관가 인사들이 자주 찾는 한정식집이 모여 있다. 최근 얼굴을 알 만한 인사들의 발길이 다소 줄었지만 중진 이상 정치인과 장관들의 출입이 여전히 잦은 편. 식사 시간이면 검은색 대형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는 것을 볼 수 있다.

축구회관 옆 향원은 고급 한정식집의 원조로 불리는 유서 깊은 곳. 인근 한정식집 미당과 두마도 이곳 출신이 나와서 차렸다. 전남 광주에서 장원이라는 요정을 운영하던 주정순씨(83)가 58년 종로구 청진동에서 같은 이름의 요정을 차린 것이 향원의 시초다. 기독교 신자인 주씨가 어느 순간 “신앙생활에 어긋난다”며 요정에서 한정식 집으로 업종을 전환했고 이후 정관재계 인사들이 드나들면서 막후 정치와 밀실 회담의 본거지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국회의사당이 여의도로 옮겨가고 정부 청사가 과천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경영난을 겪다가 91년 지금 자리에 향원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 문을 열었다. 주씨는 올해 초 은퇴해 쉬고 있고 지금은 딸 문수정씨가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누구든 사장이 방마다 찾아와 당일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설명하고 안부를 묻는다. 생선과 고기, 홍어 삼합, 회, 보쌈, 낙지볶음 등이 푸짐하다. 1인분에 점심 3만원, 저녁은 4만∼6만원. 02-734-3283

○ 프라자호텔 식당가

1976년 문을 연 뒤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관가 인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급호텔 중식당의 효시 격인 도원(02-310-7345)은 중국대사관 외교관들도 자주 찾는 곳.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는 만큼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엄격해서 ‘서비스맨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원탁 가운데 회전판에 요리를 놓고 각자 덜어먹지만 한국의 중식당에선 종업원이 요리를 들고 와 1인분씩 덜어준다. 이런 서빙 방식이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도원이다. 오픈 당시 별실은 3개뿐이었지만 2000년에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7개로 늘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은 홀이고 오른쪽에는 별실이 줄지어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봉황룸이 단연 인기인데 제일 넓고 전망도 좋아서다. 코스 메뉴는 5만5000∼8만5000원.

이 호텔의 일식당 고토부키(사진·02-310-7343)는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방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6개 별실이 모두 다다미방이다. 요즘 새로 생긴 고급 일식당과 비교하면 방은 좁지만 더 은밀한 느낌을 준다. 일본 정통 코스 요리가 8만3000∼11만원. 정식요리는 4만∼5만6000원.

○ 신라호텔 식당가

시내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신라호텔 식당가도 나이 지긋한 명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식, 일식, 양식당이 모두 한 번 이상 언급됐다.

삼성 계열사 임원들이 많이 찾는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음식을 공급하는 곳도 신라호텔이다. 외교관들은 업무상 외국손님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시내호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라 호텔에서는 중식당, 일식당, 프랑스 식당이 외교가의 공식 만찬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8명의 신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중식당 팔선(사진·02-2230-3366)은 총 64석의 홀과 4명에서 3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12개의 별실이 있다. 광둥 요리를 중심으로 총 200여 가지의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불도장과 술 취한 새우요리 등이 유명하다. 세트메뉴가 10만∼15만원.

23층의 프랑스 식당 라 콘티넨탈(02-2230-3369)은 전망이 좋아 연인들에게도 인기다. 저녁 메뉴는 6만7000원부터.

일식당 아리아케(02-2230-3356)는 3층에서 2층으로 옮겨 다음달 1일 새로 문을 열 예정.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