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대한민국임시정부 연구’…식민지 해방운동

  • 입력 2004년 8월 13일 17시 22분


◇대한민국임시정부 연구/김희곤 지음/488쪽 2만5000원 지식산업사

25년째 임시정부 연구에 몰두해 온 저자는 임시정부를 온당하게 평가하기 위한 전제로 두 가지 관점을 강조한다. 첫째, 임시정부의 활동은 당시 세계적으로 전개되었던 식민지해방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어야 하며 둘째, 남북한이 자신의 ‘배타적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임시정부의 가치를 왜곡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

왜 식민지 해방운동의 ‘대표적’ 사례인가. 정부 조직을 가지고 식민지 해방운동을 펼쳐 나간 사례 자체가 드문 일이지만, 2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견디며 독립운동에 전력한 임시정부의 노력은 세계 그 어느 단체나 조직의 활동과 견주어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저자는 “민족사를 넘어 세계사적 차원, 즉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에 맞선 식민지 해방운동의 전개라는 거대한 구도 속에서 가장 중요한 유형의 운동으로 평가돼야 마땅하다”고 역설한다.

다른 한편 저자는 남북한 정부수립 이후 임시정부에 대한 관점이 각자의 입장에 맞춰 극단적으로 편향돼 왔다고 지적한다.

남한의 경우 민족사의 배타적 정통성을 잇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임시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극단적 찬사가 주를 이뤘다. 반면 북한의 경우 남한의 정통성을 부인하기 위해 임시정부의 역할을 대부분 폄훼했다.

저자가 찾아낸 진실은 양 극단의 중간에 위치한다. 임시정부는 수립 직후부터 20년대 중반까지 ‘임정’의 명칭에 걸맞은 독립운동의 중심기구로 기능했다. 반면 이후에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왜소해진 시기도 있었던 만큼 각 시기에 따른 ‘역할’을 상세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 임시정부가 우파진영만의 결집체라는 일부의 시각에도 저자는 일침을 가하며, 좌우합작을 위해 벌인 끈질긴 노력과 성과를 낱낱이 밝혀 내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성격을 상세하게 밝혀 낸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다. 왜 ‘의회’가 아닌 ‘의정원’이라고 했을까. 저자는 대한제국 시기의 독립협회가 ‘의회원’을 두려고 하다 실패한 뒤 ‘의회원’이 담고 있던 주권재민적 국가수립의 이상을 임시정부의 ‘의정원’이 계승했다고 밝힌다. 광복을 이룩해 대한민국이 수립되면 명칭을 ‘국회’로 변경한다는 합의도 이뤄져 있었다는 것.

그 밖에 임시정부의 대일 선전포고 날짜를 기존의 12월 9일에서 10일로 바로잡은 것도 저자의 연구가 이뤄낸 성과다(이 새로운 날짜는 지난해 임정 대일 선전포고 기념식에서부터 반영됐다).

저자는 안동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립기념관 부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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