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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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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2시5분.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 검토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의 제38기 왕위전 도전 4국을 폐쇄회로 모니터로 지켜보던 기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막 오후 대국이 시작돼 아직 한 수도 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곧이어 “이세돌 9단이 돌을 던졌다”는 얘기가 들려오자 기사들은 어안이 벙벙한 듯 서로를 쳐다봤다. 기사들은 대국실로 몰려갔다. 무슨 사고가 난 것일까.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은 벌써 복기를 하고 있었다. 백 84수 끝 이창호 9단의 불계승. 이로써 도전기는 2 대 2 동률이 됐고 17일 최종국을 두게 됐다.
인터넷 해설을 맡은 안조영 8단은 “흑이 불리해 돌을 던질 수도 있지만…” 하고 말끝을 흐렸다.
두 기사의 복기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창호 9단은 “흑이 불리했지만 나 같으면 돌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하변에서 백이 쌍립을 선 수의 타이밍이 워낙 좋아 이세돌 9단이 기분 나빴던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돌을 던진 이유를 분석했다.
장면도를 보자.
좌상귀 정석 선택의 잘못으로 일찌감치 백이 실리로 앞서는 장면. 흑은 1로 하변에 특공대를 침투시켰다. 이곳을 깨야 실리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백 2, 흑 3은 예정된 수순인데 백 4로 둔 수가 기막힌 타이밍. 이세돌 9단은 이 수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백 4의 효과는 참고도에서 볼 수 있다.
한 프로기사는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악전고투하며 역전을 바라느니 차라리 5국을 대비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어차피 질 것 같은데 계속 두는 것은 괴로울 뿐이다”라고 동료기사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돌 9단은 비슷한 전과(?)를 한번 갖고 있다. 2002년 한중 신인왕전에서 펑취안 4단(당시)과의 2국에서 점심시간 직후 돌을 던졌다. 당시 인터넷 해설에선 이 9단이 유리하다고 한 시점이어서 파문이 더욱 컸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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