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17일 19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970, 80년대를 풍미했던 명곡으로 모두 국제가요제 수상곡이기도 하다. KBS1 ‘가요무대’(월 밤 10시)는 21일 국제가요제 수상자들의 노래를 한 자리에서 듣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이날 소개되는 노래는 ‘무인도’ ‘소녀와 가로등‘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 17곡. 역대 수상자로는 정훈희 윤시내 박경희 김상희 진미령 배인순 김도향 이영화 8명이 출연한다. 윤항기가 동생 윤복희 대신 ‘여러분’을, 인순이가 패티김의 ‘사랑은 영원히’와 정훈희의 ‘무인도’를, 태진아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우순실이 민혜경의 ‘보고 싶은 얼굴’을 각각 부른다.
KBS 공개홀 녹화현장에서 정훈희 윤시내 박경희 등 색깔이 선명한 대형 가수 3명과 30년이 넘도록 빛이 바래지 않은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
![]() |
● 정훈희, 관능
―‘안개’ ‘꽃밭에서’를 부르는 정훈희씨 음색은 여자답고 관능적이에요.
“그냥 말하는 목소리는 허스키하죠?”
―75년 ‘무인도’가 칠레 국제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다는 뉴스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때는 칠레도 군부가 정권을 잡고 있어서인지 문화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어요. 가요제가 일주일간 계속됐죠. ‘꼬레아’에서 온 ‘정훈희’는 연일 현지 신문과 방송에 나갔어요. 칠레까지 40시간 비행기 타며 갔지요.”
―국제 가요제를 여섯 차례나 나갔는데 대부분 이봉조 선생님의 노래였죠?
“맞아요. 제가 아니라 작곡가가 상을 탄 거예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부산의 한 카페에서 계속 노래하고 있어요. 가수들은 TV 나올 땐 돈을 못 벌죠.”
![]() |
● 윤시내, 전위
―머리나 의상이 여전히 파격적이네요. 무대 위에선 절대 웃지 않는 것도 여전하시구요.
“예나 지금이나 제가 코디해서 입어요. TV 출연은 14년만이라 너무 떨리네요. 아까 우황청심환 먹었는데….”
―최종혁 작곡의 ‘열애’도 좋지만 ‘공연히’의 펑키 리듬은 지금 들어도 전위적이군요. 안무도 좋구요.
“78년 서울 국제가요제 출전곡인데, 당시엔 소울이 유행할 때라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 소녀처럼 말랐는데 몸매 관리는?
“제 경우 살이 찌면 노래하는데 지장이 있어요. 다이어트를 끊임없이 하죠. 결혼을 안 해서 살이 안찌는 건가?”
- 요즘 활동하는 가수 중에는 누굴 좋아하세요?
“그룹 ‘신화’ 멤버이자 솔로로도 활동하는 ‘M’이라는 가수가 리듬도 안무도 좋던데요. ‘불새’에 나온 에릭도 좋구요.”
![]() |
● 박경희, 도발
-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는 슬로에서 고고로 빨라지고 단조와 장조음이 번갈아 나와 무척 다이내믹하네요. 요즘도 대학생들이 응원가로 불러요.
“김기웅 선생이 곡을 만들어놓고 마땅한 가수가 없어 몇 년간 묵혀두고 있었대요. 그런데 ‘워커힐 호텔 전속 가수 중에 외국인처럼 생기고 소리가 큰 여자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찾아와 곡을 주셨죠. 74년 제1회 한국 국제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 그때 누가 또 출전했나요?
“윤항기, 박상규, 바니걸스가 나왔던 걸로 기억돼요. 참, 초등학생이었던 정수라도 출전해 ‘종소리’라는 노랠 불렀는데 무척 잘 했어요. 사회는 차인태 아나운서가 봤고요.”
- 제 또래들은 ‘머무는 곳 그 어딘지 몰라도’는 알아도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박경희씨란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데요.
“79년 결혼한 뒤 활동을 많이 안했죠. 93년 남편과 사별하고 요즘은 경남 창원에서 주부 노래교실 강사로 일해요. 가수는 노래를 떠나서는 살 수 없죠.”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