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셔너 정기용씨가 주도하는 이번 전시는 흔하고 일상적인 소재의 건축물을 화두로 도시 건축이 안고 있는 보편적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목에서 보이듯 ‘방(bang)’은 영어의 ‘룸(room)’이 아니라 한국말을 그대로 음차해 일반명사화한 것이다.
정씨는 “한국의 도시는 거주지로서의 집과 도시 전체의 상관관계를 정리해 내지 못한 채 각종 변종 ‘방’들의 탄생과 이행으로 얽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노래방은 도시 한복판에서 모든 감각기관을 열고 욕망을 분출하는 원시동굴이며 찜질방은 집단과 개인, 일상과 일탈, 프라이버시와 관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반쯤 벗은 몸을 드러내고 만나는 휴게실이자 대합실이다.
주거 영역과 제도화된 공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 방들이 지하 노래방, 1층 패스트푸드점, 2층 PC방, 3층 성형외과, 4층 학원, 5층 교회 등 세속적인 방과 성스러운 방으로 압축되어 한국 도시만의 풍경으로 현지에서 재현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세 명의 참여작가는 대안적 건축물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건축전에는 주제관과 특별전에도 한국 작가들이 참여한다. ‘물 위의 도시’라는 주제로 도시와 물의 관계를 다룬 프로젝트들이 소개되는 특별전에는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가 선보인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총감독이 작가를 선정하는 주제관에는 최문규 조민석씨가 미국인 제임스 슬레이드와 공동으로 설계해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12월 개장 예정인 ‘딸기 테마파크-딸기가 좋아’가 초청됐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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