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조수미표 오페라 ‘리골레토’… 레오 누치와 호흡

  • 입력 2004년 6월 14일 17시 24분


코멘트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소프라노 조수미씨(41)가 처음으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선다. 그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 스타로 띄워 올린 베르디 ‘리골레토’의 질다 역이다. 아울러 ‘우리 시대 최고의 리골레토’로 불리며 메트로폴리탄과 밀라노 라 스칼라, 런던 코벤트 가든 등 정상의 무대에서 베르디 전문 가수로 활동해온 세계 정상급 바리톤 레오 누치(62)도 리골레토 역으로 가세한다. 세종문화회관이 이탈리아 볼로냐 오페라극장의 무대와 의상, 조명 일체를 들여와 제작하는 ‘리골레토’의 화려한 면면이다. 7월 23∼28일 (26일 제외) 오후7시 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조수미가 국내 오페라 무대에 처음이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조씨는 그동안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부터 크로스오버 공연까지 수많은 무대를 거쳐 왔지만 국내 오페라무대 출연만은 한사코 고사해왔다. 메트로폴리탄에서 누치씨와 ‘리골레토’에 함께 출연하기도 한 조씨는 이번 출연제안에 대해 “볼로냐 오페라극장의 프로덕션에 누치가 가세하는 무대라면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다”고 선뜻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23, 25, 28일 출연진(A팀)과 24, 27일 출연진(B팀)이 다르게 구성된다. 조씨와 누치씨는 나란히 A팀에 속한다. ‘너무 한쪽으로 기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B팀에는 바리톤 고성현이라는 빅 카드가 있다. 98년 유럽무대로 진출해 활동해온 그는 최근 한국오페라단의 도니제티 곡 ‘라메르무어의 루치아’에 출연해 ‘레오 누치도 넘보기 힘든 강력한 성량(聲量)의 대포(大砲)’라는 극찬을 받았다.

고씨와 호흡을 맞출 B팀의 소프라노는 노르웨이 출신 엘리자베트 노르베리슐츠. 그 역시 데카 사에서 발매된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지휘의 브람스 ‘독일 레퀴엠’ 음반에 솔리스트로 나와 절찬 받은 중량급 소프라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공연 결과에 따라 두 팀에 대한 평가는 바뀔 수도 있다.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으로 유명한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도 일단 명성에서는 B팀의 테너 로베르토 사카가 A팀의 테너 아킬레스 마카도에 앞선다. 사카는 최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 재개관 연주회에 출연해 격찬을 받았고 이 극장의 재개관 무대인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출연도 예정돼 있다.

지휘는 ‘라 페니체’ 극장과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등의 음악감독을 지낸 유고슬라비아 출신 비예코슬라프 수테이가 맡는다. 4만∼30만원. 02-399-1114∼7, 1588-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누치가 최고 바리톤인 세가지 이유▼

오페라계에서 레오 누치(사진)의 위치는 독특하다. 그의 음색은 특별히 아름답지도 독특하지도 않다. 발성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리톤이며 세계의 오페라극장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수이다.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로 데뷔한 이래 40년 동안 그의 레퍼토리는 대부분 베르디 오페라에 집중돼 있다. 그 중 최고의 역할은 단연 ‘리골레토’다.

누치씨가 최고의 바리톤일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그는 카발레타(아리아의 반복부분)를 부를 때 단 한번도 똑같이 부르지 않는다. 그는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분위기에 따라 더 길게 뽑거나 높이 올리기도 하는 임기응변의 귀재다. 그러므로 그의 무대는 항상 살아 있다. 둘째, 그는 테너들도 쉽지 않은 높은 C음을 낼 수 있는 드문 바리톤이다. 셋째, 그는 가수 이전에 탁월한 배우다. 그는 자신이 언제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가를 정확히 알고, 늘 연출가나 지휘자의 마음을 앞서 읽어낸다.

도밍고와 같은 테너들은 제트기를 타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누치는 바리톤으로서는 처음으로 제트기에 의존하는 스케줄을 가진, 가장 전문적인 베르디 스페셜리스트이다.

박종호 오페라 칼럼니스트·정신과 전문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