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大겸재전’… 16~30일 100여점 전시

  • 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29분


겸재 정선이 그린 풍속화 ‘독서여가’. 이 그림은 그가 남긴 몇 점 안 되는 풍속화 가운데 하나다. -사진제공 간송미술관
겸재 정선이 그린 풍속화 ‘독서여가’. 이 그림은 그가 남긴 몇 점 안 되는 풍속화 가운데 하나다. -사진제공 간송미술관
한국적 산수화풍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겸재 정선(謙齋 鄭敾ㆍ1676∼1759)의 작품 100여점이 선보이는 ‘대 겸재전’(大謙齊展)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16∼30일 열린다.

겸재는 중국풍 그림을 답습하던 종래 화가들의 관념산수에서 벗어나 산천을 직접 사생하며 우리 자연을 표현하는 데 가장 알맞은 고유 화법을 창안해 낸 진경산수화의 대가. 이번 전시에는 ‘겸재’하면 떠오르는 진경산수화 외에도 서울과 경기도 풍경을 그린 일반 산수화, 풍속화, 까치, 오이, 쥐, 고양이 등을 그린 세밀화 9점이 선보여 명실상부한 겸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우선 지금의 서울 청운동, 옥인동, 압구정, 송파와 경기도 양평 등의 300여 년 전 풍경을 마치 사진처럼 사생한 산수화 80여 점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겸재는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원(畵員)이 아닌 성리학자였다. 특히 주역 해석의 당대 일인자로 꼽혔던 그는 주역의 근본 원리인 음양조화와 대비의 원리를 화면 구성의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에 중국 남방화법의 특장인 묵법으로 토산(土山)을 표현하고 북방화법의 특장인 필묘로 암산(巖山)을 표현하는 독특한 기법을 창안해냈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전영우 소장은 “겸재는 필묘 위주냐, 묵법 위주냐 하는 대립으로 끝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던 중국 남북 양대 화법을 융합해, 양과 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우리 산천을 표현했다”고 평했다.

한편 겸재가 남긴 몇 안 되는 풍속화는 기법의 다양함과 자유로움으로 인해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현대적인 느낌을 풍긴다. 독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느긋한 자화상 ‘독서여가(讀書餘暇)’에는 소박하고 청빈한 선비의 생활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녹음 가득한 마당에 서 생선꾸러미를 선물로 받고는 시로 감사의 답을 하는 친구 척재 김보택(척齋 金普澤·1672∼1717)을 그린 ‘척재제시’(척齋題詩·척재가 시를 짓다)는 당시 조선 사대부들의 생활상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02-762-0442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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