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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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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봇물 터진 듯한 어린이 행사들 가운데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어울리는 이색 전시회 ‘청개구리들의 소풍’전(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을 기획한 양경희씨(43·통합조형교육기관 프리두 대표).
양씨는 어린이날부터 시작한 ‘모험’이 성공을 거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시기간 매일 8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고 이 중 4분의 1은 장애아였다.
삼육의명대학이 주최한 이 전시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애아와 비장애아는 놀이에 직접 참여한다. 각 전시실에서 지도교사와 자원봉사자가 장애아들의 활동을 돕는다.
미술관으로 봄소풍 가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서 장애아들은 비장애아들과 어울려 맘껏 자신을 표현한다. 고무신 속 느릿느릿 움직이는 달팽이와 미끌미끌한 미꾸라지를 관찰하는 즐거움은 똑같다. 참가자들은 지푸라기로 새집을 만들고 직접 맷돌을 돌려 밀을 갈아 반죽한 뒤 밀가루 찰흙을 빚는 데 몰두하느라 비장애아와 장애아를 구별할 여지가 없다.
양씨가 장애아의 미술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시각장애아의 미술수업을 참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학시절 세미나 자료를 얻기 위해 방문한 서울맹학교에서 초등 1년생들이 크레파스로 ‘엄마’를 그리고 있었다. 시각적 경험이 없는 아이들의 그림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따뜻했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미술은 바로 표현활동이고 이것은 오감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어린이가 오감을 통해 세상을 배우듯 장애아도 오감을 통해 발달합니다.”
많은 부모가 장애아에게 미술교육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먼저 읽기 쓰기 셈하기를 가르쳐 자립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게 그 이유. 그러나 자기표현을 통해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아이는 행복하지못하다.
“자극적인 영상문화에 눈이 길들여진 요즘 비장애아들은 표현활동을 하는데 방해를 받습니다. 정신지체아가 오히려 주변을 색다르게 지각해 독창적으로 표현할 때가 많아요. 장애아들이 맘껏 표현활동을 하면서 즐거움과 자신감을 발견하는 전시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문의 프리두 02-2647-5292, 티켓링크 1588-7890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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