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58>荒 唐 (황당)

입력 2003-12-25 17:44수정 2009-10-1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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荒 唐 (황당)

荒-거칠 황 唐-당나라 당

蕪-번성할 무 野-들 야

邊-가장자리 변 稽-상고할 계

荒의 초초(초·草와 같음)는 풀, ‘Z’(황)은 ‘넘실대는 물’이다. 따라서 荒은 풀이 넘실대는 것, 곧 잡초가 우거진 것을 뜻한다. 그것은 경작할 수 없는 땅이므로 ‘거칠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荒蕪地(황무지), 荒凉(황량), 荒野(황야), 荒廢(황폐)가 있다.

그런데 물이 넘실대는 것은 호수나 바다처럼 넓고 큰물에서나 가능하다. 그래서 荒은 ‘넓고 크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荒無地나 荒野라는 단어에서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

唐은 본디 庚과 口가 결합한 뒤 생략된 글자다. 여기서 庚은 ‘크다’, 口는 ‘입’,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唐은 ‘큰’, 또는 ‘거창한 말’이라는 뜻이다. 쌀(米)로 빚었지만 쌀보다 더 큰 것이 糖(사탕 당), 흙(土)으로 높고 크게 만든 것이 塘(연못 당)이다.

곧 荒과 唐에는 모두 ‘크다’(big)는 뜻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荒唐의 본디 뜻은 ‘廣大無邊’(광대무변)이다. 지금말로 하면 거창한 스케일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荒唐에 나쁜 뜻이 들어있는 것 같지는 않다.

荒唐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莊子(장자)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어보면 ‘荒唐’하기 그지없다.

북쪽 바다에 鯤(곤)이라고 하는 고기가 있는데 크기가 무려 수 천리에 달하고 이 놈이 둔갑하여 鵬(붕)이라는 새가 되면 날개 또한 수 천리나 되어 하늘을 덮는다. 또 楚(초)나라의 남쪽에는 신령스런 거북이가 살고 있는데 이 놈은 오 백년을 봄, 오 백년을 가을로 삼는다. 그 뿐인가. 어떤 고목은 만 팔천 년에 한번씩 잎이 돋고 낙엽이 진다.

그래서인가. 莊子 스스로도 자신의 말을 두고 ‘荒唐之言’(황당지언·황당한 말)이라고 했다. 물론 ‘거창한 스케일을 가진 말’이라는 뜻으로 나쁜 뜻은 전혀 없다. 스스로를 나쁘게 말할 까닭이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후세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荒唐했다. 도대체 그런 사물이 있을 법이나 한가. 이 얼마나 虛荒(허황)된 말인가. 그래서 荒唐은 다른 뜻으로 曲解(?)되어 ‘엉터리’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다 ‘아무 근거도 없는 엉터리’라는 뜻에서 荒唐無稽(황당무계)라는 말도 생겼다.

사실 엄밀히 볼 때 荒唐은 나쁜 뜻이 아니다. 거창하고 스케일이 큰 말이 왜 나쁜가. 그것보다는 근거 없이 크기만 한 荒唐無稽가 곤란하지 않을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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