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스님·이동연 목사 "종교는 달라도 열린 마음은 하나"

  • 입력 2003년 12월 1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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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때까지 목사를 꿈꾸다 출가한 비구니,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절에 다니다가 기독교로 선회한 목사. 엇갈린 인생을 살아온 이들이 함께 책을 냈다. 인천 강화군 하점면 백련사 주지 혜성(慧星) 스님과 인천 계양구 작전동 한누리교회 이동연(李東衍) 목사는 최근 ‘두 개의 길 하나의 생각’(더불어책·9000원)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사랑 자비 욕망 돈 관계 세상 등의 주제에 대해 목사와 스님이 각각 자신의 시각에서 쓴 글들을 묶었다.》

44세 동갑내기인 이들의 인연은 지난해 가을에 시작됐다.

강화도 관련 책을 쓰기 위해 현지를 답사하던 이 목사가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인 고려산의 오련지(五蓮池·연개소문의 전설이 깃든 연못)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해병대에서 초청강사로 10여년 이상 군 포교 활동을 했던 혜성 스님의 주선으로 답사하게 된 것.

혜성 스님은 “이 목사님이 타종교를 포용하고 한국 역사를 남다르게 보고 있는 모습이 폐쇄적인 일부 목사와는 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겉보기엔 여린 것 같은데 군에서 오래 포교를 해온 강인함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혜성 스님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교회에서 기도하며 하루 2∼3시간만 잘 정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신학교 진학을 원했다. 하지만 ‘내 앞에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등의 기독교 교리에 의문이 들었고 폐결핵을 앓으면서 극적으로 개종했다.

이 목사도 불교 집안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전북 내장산 일대 사찰에 다녔으나 중학교 때 친구의 전도로 기독교로 돌아섰다.

이들은 책 출간을 위해 출판사가 마련한 대담을 갖기도 했다. 이 대담에서 이 목사는 “신을 특정 종파에 묶을 때 그 신은 제왕적 신으로 전락하고 종파는 종교 본연의 기능인 화합보다 독선과 오만에 빠지게 된다”며 “불교든 기독교든 어느 종교가 더 타당하냐는 주장은 교리에 없다”고 말했다. 혜성 스님은 “하나의 종교만 가진 것보다 오히려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며 “내가 기독교의 주일학교 문화를 불교 포교에 받아들였듯, 서로의 장점을 긍정적 시각으로 보고 흡수하면 종교간 화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목사는 가장 존경하는 성직자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을, 혜성 스님은 청빈과 검소의 덕목을 지녔던 고 한경직 목사를 각각 꼽았다.

두 성직자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 전화 통화를 하고 두세 달에 한 번씩은 만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과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얘기한다. 이 목사는 “어떤 분은 ‘둘이 사귀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며 “6개월간 책을 만드는 동안 서로 e메일을 주고받으며 구도자로서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혜성 스님은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가까운 교회에 화분을 보내고 읍내 큰 거리에 ‘예수님 오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는 플래카드를 내걸 예정이다. 이 목사는 “내년 ‘부처님 오신 날’에 어떻게 할지 기대해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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