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나의 인생]<10>여성 경제인들이 말하는 비법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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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경제인들은 어떤 방식의 투자를 하고 있을까.

가정을 꾸리는 전업주부와 달리 여성 경제인들은 금융과 투자에 대해서도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거나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의외로 돈 관리에는 무심한 여성 기업인도 상당수다. 이들이 어떻게 돈을 모으고 관리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여성의 재테크에 관한 일종의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여성 경제인의 자산운용 실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업에 모든 인생을 투자했다”형=외식업체 ‘놀부’의 김순진 사장(51)은 15세 때 ‘달랑’ 200만원을 들고 상경해 성공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인물. 87년 5평짜리 보쌈집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340개 점포에 연 8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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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16년 동안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인생을 모두 바쳤다”며 “돈을 버는 족족 회사에 재투자했기 때문에 개인 자산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회사의 미래를 믿고 투자하면 어떤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것.


김 사장은 “과거에는 돈은 따라갈수록 도망간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금융정보가 돈 되는 세상으로 바뀐 것 같다”며 주식 등에 대한 투자 공부 계획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프랑스 보디라인’ 등을 운영하는 코스메틱케어코리아의 김숙자 사장(38)도 막상 금융이나 투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일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 그는 은행이 추천해 준 대로 비과세 저축상품 등에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넣어뒀다.

김 사장은 “전업주부인 친구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을 벌었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면서도 “둘 다 잘하는 능력은 아무나 못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고민은 많은데 해결책이 없다”형=홍보대행사 시너지 힐&놀튼의 정현순 사장(36)은 과거 직장생활 당시부터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정 사장은 과거 직장생활 당시 투자정보를 섭렵하고 우체국 금융상품 등까지 다 뒤지면서 이자가 높은 상품을 찾았다. 금리가 연 20%대까지 치솟은 외환위기 당시 창업자금을 마련했을 정도로 짭짤한 이자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그는 은행의 매력에 빠졌던 이런 ‘과거’ 때문에 저금리 기조가 더 불만스럽게 느껴지는 케이스다.

정 사장은 “주식투자는 원금 손실이 겁나서 못하겠고 전문 자산설계사는 누구를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정보는 많은데 해석 능력이 없고 투자 대안도 없어서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외국계 화장품회사 클라란스의 박남희 사장(42)은 자산관리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케이스. 박 사장은 “부부가 같이 돈을 벌기 때문에 노후대비는 별로 생각해 본 적 없고 연봉은 대부분 은행에 적금을 넣는다”고 말했다.

▽“한 단계씩 새로운 투자의 세계로”형=삼성증권 법무팀의 이정숙 상무(38)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투자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보수안정형 투자자였던 이 상무는 99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머니마켓펀드(MMF)를 샀다. 수익이 나자 자신감이 생겼고 다시 1년 뒤 주식형 펀드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런 식의 투자 결과 현재 주식 26%, 채권 22%, 주식형 펀드 28%, MMF 20%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저금리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예금 상품은 하나도 없고 주식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 주식은 삼성전자 신세계 KT 등 우량주 위주로 장기투자한다. 돈이 더 모이면 부동산 투자도 시도할 생각이다.

이 상무는 “자금의 성격을 고려해야 하지만 아직 은퇴할 시점이 아닌데 원금 보장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투자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41)는 예상과 달리 별다른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보는 많은데 목돈이 없고 발품 팔 시간도 없다는 게 이유다. 단 노후 전원주택을 지을 생각으로 몇 년 전 수도권 근교의 200평짜리 땅을 사놨다.

“주가연동 예금 상품이나 펀드 등 간접상품에 넣고 지인을 통해 채권에도 조금 투자했어요. 목돈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요.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라고 봅니다.”

고려해 볼 만한 투자상품 비교
금융상품장점단점
지수연동
정기예금
원금보장 및 고수익 가능성 결합
안전성과 수익성의 적절한 조화
이자를 못 받을 가능성 충분히 있음
중도해지시 원금손실 가능성도 있음
금융시장 동향 예측하고 투자하여야 함
주식형
펀드
주가 상승시 고수익 가능
주식 매매차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제외 및 비과세로 세테크 수단으로 이용 가능
저금리시대의 투자대안
주가 하락시 손실 가능성 큼
투자 성향에 맞추어 투자하지 않으면 마음고생 심함
채권형
펀드
정기예금 금리 +α의 금리 가능
투자후 금리 하락시 매매차익 발생
채권금리 변동에 따라 수익률 변동하므로 위험 따름
투자후 금리 하락시 매매손 발생 가능
MMF수시입출금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실세금리 지급하므로 여유자금 단기운용시 유리
입출금이 자유로워 편리한 거래 장부가 평가 상품으로 안정적 수익률 달성
시가가 장부가의 0.5%를 밑돌 경우에는 채권 시가평가 적용
발행회사가 부도를 내거나 신용등급 하락시 배당률 하락 및 환매 제한 가능성 있음
거래시간이 매일 오후 3시까지로 제한됨
부동산
(아파트)
저금리시대의 투자대안으로 인기
장기투자시 큰 수익을 내고 있으며 하방경직성 보유
환금성 및 유동성 제약, 투자시 거액 필요
부동산안정대책 이후 하락 추세로 전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정부의 비우호적인 면이 부담으로 작용
적립식
투자
적립식 투자를 주식형 방식으로 투자하면 주식가격 평준화로 안전한 투자 가능
장기 투자시 고수익 가능하여 노후대비 및 연금상품 대용으로 활용해도 좋음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투자시 원금손실 가능성 있음
최소한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위험 분산 효과 있음
자료:한미은행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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