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잇단 동아일보 흠집내기 편파방송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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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방영된 KBS 1TV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한 장면. 주류 신문에 관한 사실들을 왜곡해 ‘편파적 제작 태도’란 지적을 받고 있다.  -KBS 화면촬영
11일 방영된 KBS 1TV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한 장면. 주류 신문에 관한 사실들을 왜곡해 ‘편파적 제작 태도’란 지적을 받고 있다. -KBS 화면촬영
《KBS는 11일 밤 1TV ‘한국 사회를 말한다-신문,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와 ‘미디어 포커스-누가 송두율을 미화했나’를 통해 동아 조선일보 등 주류 신문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KBS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주요 사실들을 외면하거나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나온 편향된 주장들에 대한 진실을 주요 사안별로 밝힌다.》

KBS는 11일 “한국 신문은 ‘5·16 군사 쿠데타’와 ‘75년 동아투위 사건’ 이후 비판과 견제의 기능이 사라졌으며, 정치권력에 예속돼 왔다. 그리고 신군부 정권에 협조함으로써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독점을 강화하고, 스스로 ‘권력화’하는 길을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KBS는 광운대 주동황(朱東晃·신문방송학) 교수 인터뷰를 통해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주요 신문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군사 독재를 종식시키는 데 앞장서지도 못했고,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내는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당시 민주화 과정에서의 신문의 역할을 무시한 왜곡이라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1987년 1월 16일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적극 보도해 6월 항쟁을 촉발시켰다. 동아일보는 1월 19일자 전체 12개 지면 중 6개 면을 온통 박종철군 사건으로 채워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대변했다.

동아일보는 또 그해 1월 22일 박군의 사망이 ‘쇼크사’라는 경찰의 주장을 뒤집고 고문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1면 머리기사로 특종 보도했다. 1년 후에는 경찰이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을 다시 폭로했으며 박군 사망 관련 동아일보의 특종들은 광복 이후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기사라는 평을 듣기까지 했다. 동아일보는 이외에도 5공 군사정권과 대치 관계를 유지하면서 편집국장이 남산 안기부에 끌려가 수차례 고문을 받는 등 고난을 겪었다. 반면 5공 정권의 입맛에 맞춘 ‘땡전 뉴스’를 내보냈던 KBS는 당시 동아일보가 적극 보도했던 국민적인 ‘KBS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5, 6공 당시 KBS MBC 등 공영방송의 편파 왜곡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사회를 말한다’에 나온 ‘(신문이) 군사 정권에 협조하면서 시장 독과점을 심화시켰다’는 주장은 오히려 KBS 등 지상파 방송사에 더욱 적절한 말이라는 게 언론계의 지적이다.

KBS는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신문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신문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한 적법한 절차”라는 일방적 주장을 편 뒤 ‘언론 탄압’이라고 보도한 신문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2001년 10월 한겨레신문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성한용 정치부 차장이 대통령비서관들의 증언을 모아 쓴 책 ‘DJ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했는가’에서 “국세청 세무조사는 동아일보 등 ‘빅3 신문’을 손보기 위한 ‘언론사 타격용’”이라고 폭로한 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당시 성 차장은 대통령수석비서관 등이 “언론이 이럴 수 없다. 국세청 상속세로 뒤집어 버리겠다”(98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위해) 국세청 주요 간부들을 미리 다 호남 출신들로 바꿔 놓았다”(2001년) 등의 적대적 발언을 기초로 언론사 세무조사의 본질을 짚었다.

한국외국어대 정진석(鄭晋錫·언론사) 교수는 “신문이 마치 신군부 권력과 야합해 고속 성장한 것으로 몰아갔는데 당시는 전체 산업이 발전하고 광고시장도 크게 확대되던 시기”라며 “오히려 군부독재와 야합해 독과점의 기반을 닦고 ‘권력의 길’로 나아간 것은 방송인데도 이를 다루지 않아 고의적인 편파와 왜곡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1TV '미디어 포커스'▼

KBS는 11일 ‘미디어 포커스’ 중 ‘이슈와 현장-누가 송두율을 미화했나’ 코너에서 동아일보도 과거 송두율씨를 미화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송씨를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KBS ‘한국 사회를 말한다’ 등에 쏟아지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국 사회를 말한다’는 송씨에 대한 국가정보원 조사가 한창인 시점에서 ‘송씨 같은 사람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 국민에게 이념적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미디어 포커스’는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한 주요 사실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KBS는 이날 ‘송씨가 북한 관계자에게 학술대회 참가를 권유해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다’는 1991년 8월 서울에서 열린 ‘한민족 철학자 대회’ 관련 동아일보 기사를 인용하면서 ‘동아일보가 거물 공작원의 도움을 받아 행사를 개최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동아일보가 송씨의 도움을 받거나 미화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송씨가 그런 역할을 했다는 사실관계를 간단히 적시했을 뿐이었다. 이 기사는 송씨 외에도 이 대회를 주최한 당시 소광희 한국철학회 회장(서울대 철학과 교수)이 북한 사회과학자협회 황장엽 위원장에게 북한 학자들의 참석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 등 대회준비 상황을 함께 보도했다. KBS는 이를 무시하고 송씨 관련기사만 발췌해 동아일보를 비난한 것이다.

KBS는 동아일보가 남북정상회담 당시인 2000년 6월 14일 송씨의 칼럼을 게재해 그를 미화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는 남북정상이 만나는 역사적 시기에 동아일보가 표방하는 중도보수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도일 뿐이었다. 더욱이 이는 2001년 4월 국정원장 출신의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송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하다고 믿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의 일이었다.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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