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포석 人事의 세계]권력기관-법조<중>검찰요직-한직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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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직을 향한 검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인사잡음도 적지 않다. 4월 3일 송광수 검찰총장 취임식에 도열한 검사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요직을 향한 검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인사잡음도 적지 않다. 4월 3일 송광수 검찰총장 취임식에 도열한 검사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법연수원을 ‘상위권’ 성적으로 마친 초임 검사들은 보통 서울지검 수사 부서나 법무부 기획 부서에서 첫 보직을 맡는다. 초임 검사의 보직 배치 기준은 법원과 마찬가지로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경우 그 뒤로는 임용 전의 성적이 보직 배정의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상관이 내리는 근무평정이 더 중시되는 것. 이는 임용 전 성적이 인사 때마다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법관 인사체제와 다른 점이다.

법원과 검찰의 인사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낫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법원 인사는 성적에 따른 서열이 정해져 있어 다음 번 인사를 쉽게 예상할 수 있고 출신 지역 등 주관적 요인에 의한 공정성 시비가 많지 않다. 반면 검찰은 임용 전 성적이 평생을 좌우하는 ‘폐단’은 없지만 대통령의 출신 지역과 권력층의 검찰에 대한 통제 의지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해 권력 편향성 논란 등 인사 잡음이 많은 것이 사실.

검찰 인사의 지역 편향성 문제는 동아일보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이민규(李珉奎) 교수와 함께 ‘컴퓨터 활용보도(CAR)’를 통해 검찰 인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2000년과 2001년 김대중(金大中) 정부 당시 55개 검찰 요직 중 호남 출신의 비율은 각각 39%, 33%였는데, 이는 전체 검사 중 호남 출신의 비율(22%)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었다.

검찰에서 ‘핵심 요직’으로는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의 중앙수사부 공안부, 서울지검 등의 부장 과장 연구관 등이 꼽힌다. 특히 법무부 검찰국에서도 검사들의 인사와 예산 조직 문제 등을 담당하는 검찰1과는 70년대부터 ‘요직 중의 요직’이라는 별칭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1과장 아래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검사를 ‘1-1 검사’로 부르는 것도 이 같은 보직의 비중 때문이다.

요직이 있으면 한직도 있게 마련. 부장검사 이하의 직급에서는 몇몇 지청을 제외한 수도권 이외의 지검과 지청에 배치될 경우 한직으로 밀린 것으로 보는 풍조가 있다.

80년대와 90년대에는 정기 인사마다 지방 검찰청에서 다른 지방으로 옮겨 다니는 검사들을 두고 ‘논두렁 검사’라고 부른 적이 있다. 권력 핵심의 눈 밖으로 벗어나 인사 혜택을 받지 못해 시골 지검 지청을 전전했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지청장 인사의 경우 대통령의 출신 지역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장 검사 미만의 직급으로 보임되는 지청장 가운데 여주지청장은 동기 중 선두주자의 몫이었다. 그러다가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는 통영지청장과 서산지청장이 핵심 요직으로 부상하더니, 김대중 정부에서는 해남지청장이 ‘성골’로 대접을 받았다. 지금 여주 통영 서산 지청장은 격상돼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부장검사 이상 검찰 간부 인사에서는 핵심 보직이 줄어드는 만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서울지검 동부 남부 북부 서부 지청장과 1, 2, 3차장, 대검 수사기획관과 공안기획관, 법무부 검찰 1, 2, 3과장, 대검 중수부 1, 2, 3과장, 서울지검 특수 1부장 등이 검사장 미만 부장검사 이상의 중간 간부급에서 요직에 해당한다.

통상 부장검사로 승진할 때쯤이면 검사들은 특별 수사에서 잔뼈가 굵은 특수통과 선거 노사 대공 문제 등을 다루는 공안통, 인사 예산 등에서 능력을 발휘한 기획통으로 전문 분야가 비교적 뚜렷해진다.

이 중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안 검사들은 검찰 조직의 중핵을 구성하며 각종 보직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공안 검사들은 김대중 정부 이후 명성을 잃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기피 분야’가 되다시피 했다. 올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변에서는 공안부의 기능이 일반 형사부로 흡수 합병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 올해 상반기 두산중공업 화물연대 철도노조 파업 사태 등을 겪으면서 검찰이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청와대가 주도권을 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금융과 증권 분야의 범죄를 단속하는 서울지검의 금융조사부장은 최근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 착수 등으로 특별수사 분야에서 새로운 요직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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