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단체장 人事 또 코드 맞추기?…국악원장등 민예총출신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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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장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산하 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 김철호 이사장(51),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역시 민예총 김윤수 이사장(67)이 3일 내정되자 문화계에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하는 반응들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새로 임명된 문화관광부 소속 기관장과 산하 단체장 대부분이 이른바 ‘운동권’ 인사들로 채워져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떠나 지나친 ‘코드 맞추기’란 우려가 많았는데 이번 인사로 편향성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 특히 심사 중간에 심사위원들이 바뀌어 편파심사 의혹이 불거지자 장관이 해명까지 하고 나서는 등 잡음을 빚은 국립국악원장 선정에 대해 국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불만이 많다. 심사위원 선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전국국악과교수포럼 공동대표 김정수 교수(추계예술대)는 “전통음악을 계승하는 곳에 개혁과 이념이 뭐가 중요하다고 민예총 인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철호 원장 내정자는 청주시립국악단, 대전시립국악원의 상임지휘자를 거쳐 현재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89년 민예총 산하 민음협 이사로 민예총과 인연을 맺었으며 98년 민음협 이사장에 취임했다.

한편 김윤수 관장 내정자는 ‘민중미술 1세대 이론가’로 꼽히는 인물. 80년대 이후 미술평론집 ‘민족미술과 리얼리즘’ 등을 통해 민중미술의 이론적 틀을 만들어냈다.

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이화여대 미대 교수에서 해직됐으며 80년에는 영남대에서 다시 강제해직됐다. 창작과비평사 대표(1983∼98년)를 지냈으며 2000년부터 민예총 이사장을 맡아왔다.

미술계는 김 관장 내정자에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는 분위기.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서울대, 홍익대란 양축의 학연 때문에 배타적인 미술계가 요즘엔 이념적 차이까지 덧입혀져 갈등이 더욱 심하다”며 “신임 관장이 개인의 성향을 강조하기보다는 전문 행정직에 걸맞은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이런 갈등들을 잘 조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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