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13>朝 三 暮 四(조삼모사)

  • 입력 2003년 9월 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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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 三 暮 四(조삼모사)

朝-아침 조 暮-저물 모 隱-숨을 은

寓-빙자할 우 狙-원숭이 저 籠-새장 롱

중국의 古典(고전)을 읽다 보면 表現技法(표현기법)상 뚜렷한 特徵(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곧 直喩法(직유법)보다는 隱喩法(은유법)을 즐겨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그들의 문화적인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회화, 음악, 연극, 심지어는 日常生活(일상생활)에까지 두루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列子(열자)는 寓言(우언)형식을 빌어 예의 그 재치의 光芒(광망·빛)을 번뜩이고 있다. 列子에 나오는 寓言 한 토막을 소개한다.

옛날 春秋時代(춘추시대) 宋(송)나라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원숭이를 무척 좋아하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집안은 원숭이로 가득 찼다. 동네 사람들은 그 노인을 ‘狙公’(저공)이라고 불렀다. 워낙 오랫동안 원숭이를 길렀으므로 그는 원숭이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으며 원숭이 또한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원숭이들의 숫자가 많았던 데다 식욕까지 워낙 왕성하다 보니 먹이를 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들 원숭이를 줄이라고 했지만 노인은 듣지 않고 오직 양식 댈 걱정만 했다. 그러나 별의 별 궁리를 다 해 보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자 노인은 그만 곡간의 양식까지 축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내 몰래 쌀을 가져다 먹였다. 이를 본 마누라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였지만 원숭이에 미쳐버린 노인이 말을 들을 리 없었다. 마침내 원숭이 때문에 집안이 기울게 되고 말았다.

이제 하는 수 없었다. 노인은 원숭이를 줄이는 대신 그들의 양식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원숭이들이 불평할 것이 두려워 먼저 원숭이들과 상의하기로 했다. 그는 집안의 모든 원숭이들을 불러 놓고는 말했다.

‘할 수 없다.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주는 먹이를 줄여야겠다. 그런데 아침에 밤 세 톨을 주고 저녁에 네 톨을 주면 어떨까?’

그러자 원숭이들은 길길이 뛰면서 난리였다. 낌새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노인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좋다. 정 그렇다면 아침에 네 톨을 주고 저녁에 세 톨을 주겠다. 어떠냐?’

세 톨에서 네 톨로 늘어났다고 여긴 원숭이들은 그 제서야 뛸 듯이 기뻐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노인이 원숭이에게 주는 먹이는 하루에 밤 일곱 톨로 같다. 똑같은 숫자로 원숭이를 愚弄(우롱)한 셈이다. 이처럼 뻔한 이치를 가지고 籠絡(농락)하는 것을 朝三暮四(조삼모사)라고 한다. 비슷한 이야기가 莊子(장자)에도 보인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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