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흙의 빛나는 변신 '제2회 세계 도자 비엔날레'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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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경기 이천에서 열린 제1회 ‘세계 도자엑스포’ 및 ‘세계 도자비엔날레’는 봇물처럼 치러지는 지방 문화행사 중 ‘대박’에 가까운 성공을 거뒀다. 80일이라는 긴 행사기간 동안 주차장 등 부대시설이 태부족이었다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어떻든 600만 명이 다녀갔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건’ 이었다. 무엇보다, 국내 도예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세계 각국의 빼어난 도자 작품들을 통해 기법, 채색, 문양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창작 열기를 북돋웠다는 점이 큰 수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열리는 제2회 세계 도자비엔날레가 이번에는 이천, 광주, 여주에서 9월1일∼10월30일 60여 일간 열린다. 엑스포 행사를 제외해 예산이나 규모 면에서 2년 전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지역별로 ‘세계도자’(이천), ‘생활도자’(여주), ‘전통도자’(광주)로 나뉜 주제에 따라 다채로운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을 미리 둘러보았다.

:이천: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이천 인터체인지로 들어서 15분 정도 가면 설봉공원 내 세계도자센터 전시장이 나온다. 청동기시대부터 토기 제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이천은 1950년대 후반까지 한두 군데 가마가 명맥을 유지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일본 관광객들의 우리 전통도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활기를 띄었다. 현재 가마 수는 약 300여개.


이번 행사의 주 무대인 이 곳의 컨셉트는 ‘세계도자’. 1층 전시실의 ‘국제 공모전’은 전 세계 68개국 2454점 응모작 중에서 뽑힌 210점을 통해 현대 도자 예술가들의 고민과 관심을 드러낸다.

2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은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여선구씨의 ‘알프레드 섬머’. 전시장 한가운데 서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세라믹 연구 분야의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 알프레드 대학에서 섬머 스쿨 강의를 할 때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거대한 인물상으로 만들어 올린 것이다. 2m43cm 높이의 대형 작품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 하나 하나에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서사적 재미를 준다.

이 곳에서는 요즘 세계 도예가들이 ‘흙’을 현대미술의 재료로 확장해 조각 수준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계들을 흙으로 빚어 표현한 스티븐 몽고메리(미국)의 작품은 흙을 철과 같은 차가움을 느끼게 하는 재료로 변화시켰고, 흙을 자유자재로 빚어 섬세하게 표현한 이시도로 달 콜(이태리)의 작품은 마치 종이 같은 질감을 느끼게 한다.

2층 4전시실 ‘NOW&NOW-세계 현대 도자전’ 역시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도자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 한국, 유럽, 미주, 아시아를 대표하는 4명의 커미셔너들이 선정한 17개국 50명의 작가들이 각 대륙에서 현재 다뤄지는 현대도자의 이념과 미학을 표현했다. 3전시실 ‘스페인 도자전’은 유럽 도자의 본고장 바르셀로나 국립박물관 소장품으로 12∼20세기에 걸친 유럽 도자의 발달사를 한 눈에 읽을 수 있게 한다.

:광주: 조선시대 왕실과 관청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사옹원(司饔院) 분원이 운영되던 유서 깊은 도자의 고장답게 ‘전통도예’가 주 컨셉트. 광주 조선 관요(官窯)박물관에서 열리며 ‘조선도자 500년전’, ‘중국 광둥성 불산(佛山)도자 인형전’ 등 두 전시가 진행된다. ‘조선도자 500년 전’에는 국보 2점, 보물 5점을 포함해 총 247점이 등장한다. 순백자를 비롯, 왕실에서 사용한 백자청화 용문 항아리, 진사백자, 청화백자, 철화백자, 문방구 명품 등이 한꺼번에 선보인다. ‘중국 불산도자 인형전’에는 명·청대 도자 인형 중 사실적 표현과 화려한 채색기법이 압권인 78점이 선 보인다.

:여주: 고려 말부터 도자기에 관한 기록이 나타나는 여주는 1950년대부터 생활도자기 공장이 설립되어 현재 약 450여개 가마가 있다. 여주 가마들은 초벌구이, 반제품, 유약, 점토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장들이 있어 종합적이며 산업적인 성격이 짙다는 것이 특징.

여주 ‘세계 생활도자관’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펼쳐진다. 스페인 출신 후앙 미로와 피카소의 도예 작품들을 비교 전시하는 특별전과 아우가르텐(오스트리아), 아라비아(핀란드), 로젠탈(독일), 로얄 코펜하겐(덴마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10대 도자회사 명품들이 선보이는 명품전이 열린다.


이천·광주·여주=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가는 법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고 광주, 여주, 이천 중 한 곳에 내리면, 나머지 두 곳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다. 아침부터 서두르면 세 곳을 모두 둘러 볼 수 있지만 한두 곳만 들릴 요량이라면, 이천 광주 여주 순이다. 이천에서는 1990년 5월에 설립된 국내 유일의 도자전문 미술관 해강 도자미술관도 가볼 만하다.

●입장료

세 군데 행사장을 모두 볼 수 있는 관람권이 일반 6000원이며 세 곳 중 한 군데만 입장하는 티켓은 4000원. 예매(티켓링크·1588-7890)하면 1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031-631-6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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