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귀여운 동물…유쾌한 상상

  • 입력 2003년 8월 26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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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리 아주머니께/마크 터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32쪽 8500원 달리(만 5세 이상)

◇요런 고얀 놈의 생쥐/로렌 차일드 글 그림 조은수 옮김/32쪽 8500원 국민서관(만 5세 이상)

동물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책에 빠져드는 것은 남의 얘기 같지 않으면서도 남의 얘기여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책은 동물과 사람의 모습, 어른과 아이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맘껏 웃을 수 있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길기리…’ 훈련소에 간 장난꾸러기 개

‘길기리 아주머니께’에서 열심히 편지를 쓰는 주인공 개 아이크를 보면 어쩐지 규율이 엄격한 기숙학교에 보내진 어린 학생이 떠오른다. 아이크는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개를 훈련시키는 복종학교에 보내진다. 주인인 길기리 아주머니께 연일 편지를 써 자신을 빨리 데려가 달라며 엄살을 부리는 모습이 귀엽다.

“여기 간수들은 죄다 ‘착한 개, 나쁜 개’ 그 두가지밖에 몰라요”라는 아이크의 항의는 아이들의 항의나 다름없다. 사실 아이크가 아주머니의 코트에 구멍을 냈다지만 차도에서 좌우를 살피지 않고 길을 건너던 아주머니를 구하다가 생긴 일 아닌가.

흑백과 컬러로 두가지 다른 상황을 그려 넣어 사실과 꾸민 이야기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크는 일찌감치 책장 안쪽에 추신을 써 넣어 ‘컬러그림이 가짜고 흑백그림이 복종학교의 진짜모습’이라고 했지만 마지막 부분에 아이크가 또다시 아주머니를 구하는 장면이 컬러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럽다.

○‘요런…’ 애완동물이 되고싶은 생쥐

‘요런 고얀 놈의 생쥐’는 애완동물이 되고 싶은 생쥐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쓰레기 냄새가 나는 생쥐를 ‘요런 고얀 놈의 생쥐’라 부르지만 생쥐 자신은 애완동물이 돼 번듯한 이름을 갖고 싶다. 그러나 친칠라 찍찍이, 샴고양이 오뽀리, 강아지 포실이 같은 애완동물이 되는 것은 별로다. 급기야 애완동물 가게에 주인을 찾는 광고를 내고, 눈이 나쁜 유별난씨가 “이렇게 오똑한 코에, 이렇게 기다린 꼬리에 구슬같은 눈이라니”라고 감탄하며 사겠다고 나선다. 오랫동안 요런 밤색고양이를 찾았다나!

생쥐는 애완동물로 사는 게 정말 좋다고 고백한다. 또 좋은 애완동물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이제 생쥐는 더 이상 ‘요런 고얀 놈의 생쥐’가 아니다. 어엿한 애완동물 ‘고얀이’다.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배경을 콜라주처럼 표현해 자유롭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 그림만큼이나 글자들이 어수선하게 배치돼 재미있다. 그림과 같이 글자들을 찾듯이 보며 소리내 읽는 맛이 색다르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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