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지휘봉대신 프라이팬 잡은 정명훈 "요리도 지휘처럼"

입력 2003-07-23 18:44수정 2009-09-2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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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지휘는 비슷합니다. 정해진 재료와 시간을 배분해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니까.”

마에스트로(명지휘자) 정명훈씨(50)는 요리를 말한다. 세계 음악계의 소문난 ‘요리광’으로 알려진 정씨는 8월에 자신의 요리 경험과 음식관(觀), 그 밖의 인생철학과 음악관 등을 담은 책 ‘요리는 지휘처럼-Dinner for 8’(가제·동아일보사)을 펴낸다.

8의 의미는 정씨가 차리는 식탁의 주인공들을 가리킨다. 그와 그의 아내, 세 명의 아들, 그리고 세 아들의 미래 반려자들이다. 식탁에 ‘여덟 식구’가 다 모였을 때가 바로 자기 인생이 완성되는 시점이라고 상상하며 이 책을 썼다.

정명훈씨는 4월 이탈리아 피렌체 근교의 휴양지 산 빈첸초의 파스타 전문점에서 만 하루 동안 연수를 받았다. 정씨의 매니저는 “주방장이 정씨의 솜씨가 좋다며 크게 칭찬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출판국

최근 도쿄에서 기자와 만난 정씨는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마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수장이자 도쿄필의 예술고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없이 뜨거웠다.

그는 요리책 발간 소식을 전하며 “예순살까지 모든 직함을 내놓고, 그 후엔 요리를 즐기며 자유롭게 이따금 객원지휘만 한다는 것이 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흔살이 되면 새 악단을 맡아 ‘깜짝 컴백’을 할 생각도 있다”고 장난기가 깃든 표정으로 덧붙였다.

♪요리와의 인연

아마추어가 아니다. 어린 시절 미국 시애틀에서 살 때 집에서 한국음식점을 했다. 형님이 웨이터를 했고, 열살이었던 나는 주방에서 일했다. 어린 나이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척척 만들어 냈다. 요리를 빨리 하는 버릇은 그때 생겼다. 손님이 뜸할 때 피아노를 쳤다.

♬ 이탈리아 음식

이탈리아인인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아래서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있을 때 줄리니씨와 이탈리아식당에 다니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파스타 만드는 기계까지 사서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유럽으로 근거지를 옮길 때 처음 생각한 곳이 이탈리아였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이탈리아 음식 때문이었다. 프랑스 음식도 훌륭하지만 배우기 어려워 외식으로 즐기는 편이 좋다고 본다.

♬ 파스타(이탈리아 국수)

올리브유 토마토 소금만 있어도 신선하고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씹는 맛을 좋아해 갓 뽑아낸 것보다는 말린 파스타를 즐긴다. 국수를 삶을 때도 단단한 심이 살아 있도록 8분 이상 삶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걸 보고 ‘빳빳하게 서 있는 스파게티’라고 놀리곤 한다. 집에서 한 끼는 한국 음식, 한 끼는 이탈리아 음식을 번갈아 먹거나 한 식탁에서 같이 먹는다.

♬ 입맛

매운 것을 좋아한다. 항상 음식에 고추를 넣는다. 붉은 고추와 올리브유를 반반 섞은 고추기름도 자주 사용한다. 매운 타바스코 소스도 여행가방에 늘 들어 있다. 단, 프랑스 음식에는 매운 맛이 맞지 않는다. 또 나는 국물을 좋아해서 한국식 국이든 수프든 국물이 있는 것을 항상 같이 먹는다. 닭뼈 생선뼈 야채 등으로 각종 육수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

♬대식가인가?

혼자 있을 때는 식사를 잘 하지 않고 대충 호텔방에서 시켜 먹는다. 집에 있으면 종일 먹을 것을 생각하고 또 종일 먹는다. 뉴욕에 있던 시절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으로 나온 닭봉 요리를 누가 많이 먹나 내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45개를 먹어치워 우승을 했다. 음악가들은 보통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수면시간을 조절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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