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85>籠 城(농성)

  • 입력 2003년 6월 22일 18시 08분


코멘트
籠 城(농성)

籠-새장 롱 祥-상서러울 상筐-광주리 광

絡-이을 락 甕-독 옹舍-집 사

籠은 竹(대 죽)과 龍(용 룡)의 결합이다. 그렇다고 籠이 대나무로 만든 龍은 아니다. 龍은 중국에서 ‘四靈’(사령·네 가지의 신령스런 동물)의 하나로 받들어지는데 최고의 吉祥(길상)을 상징한다. 龍이 그처럼 인간으로부터 추앙 받게 된 데에는 그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능력 중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도 한 몫을 했다.

그래서 籠이라면 대나무로 엮어서 龍처럼 쉽게 움직이거나 운반할 수 있도록 한 바구니를 뜻한다. 본디 흙을 운반할 때 쓰였던 도구였다. 무거운 흙을 나르는데 龍처럼 자유자재로, 또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바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글자다.

흙을 자유자재로 옮기기 위해서는 일반 대바구니와는 모양새가 달라야 한다. 그래서 籠은 입이 좁고 속은 깊다. 이 점이 같은 대나무로 만든 筐(광)이나 箱(상)과는 다르다. 우리말로는 ‘종다래끼’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화살통으로도 사용했다. 籠球(농구), 籠絡(농락), 鳥籠(조롱)이 있다.

城은 土와 成의 결합이다. 그것은 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글자다. 물론 돌로 築成(축성)한 것도 있지만 초기에는 흙으로 城을 쌓았다. 土城(토성)이 그것이다.

城은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정치,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에는 이중으로 쌓았는데 이 때 안쪽 것을 城, 바깥쪽 것을 郭이라고 했다. 또 王宮(왕궁)과 같이 더욱 중요한 곳에는 城 자체를 지키기 위해 성문 앞에 또 하나의 작은 城을 쌓았는데 모양이 항아리 같다 하여 甕城(옹성)이라고 했다. 대체로 甕城은 最精銳(최정예) 병사들로 하여금 결사적으로 지키도록 했는데 워낙 견고했으므로 鐵甕城(철옹성)이라는 말이 나왔다. 쇠로 만든 항아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甕城마저 함락되면 이제는 하는 수 없이 城안으로 들어가 성문을 굳게 잠그고 지키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籠城이다. 城을 마치 종다래끼처럼 입을 조임으로써 방어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籠城이란 적을 방어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방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걸핏하면 籠城이다. 罷業(파업)에는 으레 籠城이 따른다. 적이 코앞에 들이닥친 상황도 아닐 뿐더러 背水陣(배수진)을 쳐야하는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말이다. 또 회사나 공장 등과 같은 건물 내에서 하므로 엄밀히 말한다면 籠舍(농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