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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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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혼자서 글을 써오며 고민했어요.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근하던 중에 당선 통보를 받았어요. 이제 남은 생을 소설에 걸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남편의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던 신혼 시절, 그는 불안한 마음을 독서로 달랬다. 그때만큼 책을 파고든 적도 없었다. 주로 프랑스와 독일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95년부터 4년여간 소설가 윤후명의 ‘소설대학’에 나가 작가 지망생들과 합평을 하며 습작기를 거친 뒤 쉴새없이 ‘절차탁마(切磋琢磨)’해왔다.
초등학교 5학년, 4학년생인 아들과 딸을 둔 그는 무엇보다 남편에게 고맙다. 남편은 그가 글을 쓰다 힘들어서 그만둬야겠다고 주저앉을 때, 이루고 싶은 꿈을 품고 달려나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냐면서 끝까지 해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예전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가 좁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등장인물의 입장이 돼서 그 사람의 삶에 몰입하다 보면 나를 잊게 돼요. 그런 면에서 연기자와 소설가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빠져들고 싶어요.”
심사위원들로부터 ‘아름답고 슬프고 또 우리를 아프게 한다’는 평을 받은 ‘내 마음의 집’은 첫사랑 훈의 종갓집과 자신이 오랜 시간 살던 성장기의 집, 결혼한 뒤 남편과 사는 집을 통해 ‘나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집이란 공간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애착은 남다르죠. 아무리 넓고 안락한 집이라도 마음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어둡고 황폐한 곳에 불과합니다. 편안한 집은 결국 마음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소설이라는 내 집을 찾아 이제 활짝 그 문을 연 그는 외로움을 견디고 인내하며 그 집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픔이든 기쁨이든 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공감하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것이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하고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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