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12>'이해의 선물'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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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의 입장에서 모든 이를 사랑하는 일이 힘들게 여겨질 때가 있다.

예수님을 닮은 무조건적인 사랑의 길에서 내가 멀리 있다고 느낄 적마다 다시 읽어보는 빌라드의 동화 ‘이해의 선물’은 늘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머니를 따라 사탕가게에 들르곤 했던 한 어린이가 어느 날 혼자서 그 가게에 들렀다. 그가 사탕을 사며 돈 대신 버찌씨 6개를 내밀며 모자라느냐고 물었을 때 “아니, 좀 남는 걸”하며 거스름돈을 내주던 주인의 그 넉넉한 마음.

그 어린이가 성장해 어항가게를 하게 되고 어느 날 제법 비싼 물고기를 주문한 두 어린이가 예전의 자기와 비슷한 행동을 할 때 오히려 거스름돈을 내어 주며 옛 추억에 잠기는 장면은 언제 읽어도 가슴 찡하고 훈훈한 감동을 준다.

사탕가게 주인이 어린이의 마음 속을 헤아려 손해를 보면서도 기꺼이 선물을 한 것처럼 사랑은 날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자신의 키를 낮추는 겸손과 따뜻함이 아닐까.

우리는 서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실망하고 때로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 마음을 상하곤 한다. 매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하루가 어둡고 하루가 밝아진다.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수없이 되풀이하면서도 나를 비우고 선뜻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서 이해하는 덕을 쌓기란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사람의 관계는 진정 겸손과 인내의 노력없이는 깨지기 쉬운 그릇이며 시들기 쉬운 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고 그를 편하게 해 주는 것이 이해의 선물이고, 이해의 선물이 곧 사랑일 것이다. 옹졸함을 툭툭 털고 밝게 웃어 보고 웬만한 것은 넓은 마음으로 그냥 넘어가고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멀리 내다보고 조금 더 양보하고 때로는 알면서도 속아 주며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용서로 바꿔 기도를 멈추지 않는 이해의 선물로 나도 이제 좀 더 깊고 넓은 사랑을 키워가야겠다.

이해인(수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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