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중년남성 호르몬 치료 해야하나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35분


《“남성갱년기 치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년 여성이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골다공증 얼굴화끈거림 등의 폐경기 증세가 생기는 것처럼 이와는 약간 다르지만 남성도 남성호르몬의 부족으로 성욕감퇴, 건망증, 피로, 식욕저하 등의 ‘폐경기(갱년기)’ 증세가 나타난다. 남성 갱년기는 40∼55세 때 남성호르몬을 생성하는 뇌와 고환의 ‘노화’로 나타나며 여성과는 달리 서서히 진행된다.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강영곤 교수는 “여성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갱년기 증세가 호전되는 등 삶의 질이 개선된다”며 “남성도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의대 내과 김성연 교수는 “남성호르몬 요법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1998년으로 역사가 짧아 안전성 확보가 안됐다”며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 치료=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것. 여기엔 주사제, 패치제, 경구용 제제 등이 있다. 가장 이상적인 호르몬제제는 사용이 간편해야 하며 사용 뒤엔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는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가 이러한 조건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패치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서 피부의 가려움이나 발진이 30∼40% 정도 생기며 패치제가 피부에서 쉽게 떨어지는 등 단점이 많다.

흔히 사용되는 주사제는 혈중 농도의 변화가 크다는 단점이 있으나 단기적인 효과가 탁월해 예전부터 남용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2∼3주마다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

경구용은 투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간(肝)독성의 문제로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엔 간독성을 주지 않는 약(오가논사의 안드리올)이 개발됐다. 그러나 효과에 있어 개인별 차이와 혈중 농도의 변화가 심하다.

선릉탑비뇨기과 하태준 원장은 “경구용은 갱년기 증세가 현저하고 호르몬 수치가 mL당 3.2ng 이하인 사람이 복용하는 게 좋다”며 “호르몬 수치가 1.7ng 이하로 너무 낮으면 다른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인을 알기 위한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몸에 바르는 약이나 몸 속에 집어넣는 임플란트가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혀 밑에서 녹이는 알약 등이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남성호르몬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런 것엔 효과▼

남성갱년기의 첫 신호는 성욕 감퇴로, 호르몬치료를 받으면 성욕은 개선된다. 그러나 발기부전이 호전되는 경우는 드물다.

남성 갱년기의 경우 외관상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증세는 복부비만. 남성호르몬은 몸 속에 쌓인 지방을 줄여 뱃살을 감소시킨다. 또 근력, 특히 손으로 움켜쥐는 악력이나 하체의 근력이 발달된다.

남성에게 생길 수 있는 골다공증의 경우 호르몬 치료는 골 분해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 특히 허리뼈의 골밀도를 증가시킨다.

한편 남성 갱년기가 되면 여성과 비슷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피로하거나 식욕저하가 생기고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매사에 불안, 우울증, 자신감 결여 등 신경정신적인 증세도 나타난다. 우울증은 남성 갱년기의 70%에서 경험한다. 호르몬 치료는 이러한 신경정신적인 증세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병엔 피해야▼

코골이가 심한 사람 중 잠을 잘 때 숨을 잠시 멈추는 수면무호흡 환자는 호르몬치료시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장기간 호르몬치료를 받으면 간기능이나 전립샘 등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심한 전립샘 비대증이나 전립샘암과 같은 전립샘 질환을 가진 사람은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증세가 악화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남성은 3개월마다 전립샘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전립샘에 이상이 없는지, 혈중 호르몬 농도는 잘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혈액 내 적혈구 수가 정상보다 많은 다혈구증이 있는 환자도 호르몬 치료를 받을 경우 악화돼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한다. 일부의 경우 여성형유방이나 유방에 압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남성호르몬의 용량을 줄이면 증세가 줄어든다.분당차병원 강영곤 교수는 “혈중 남성호르몬의 농도는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시간 간격을 두고 최소 2번은 측정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갱년기는 음주, 흡연, 비만, 인슐린 기능 저하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지는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을 받은 뒤 결정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남성갱년기 장애를 극복하는 생활 속 요령 ▼

①갱년기는 우리 몸이 나이에 스스로 적응하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한다.

②흡연과 지나친 음주는 피한다

③본인이 하고 싶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④규칙적으로 적극적인 성생활을 즐기도록 한다.

⑤다양한 취미생활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취한다.

⑥가족 간에 대화의 시간이나 여향을 통해 친밀한 유대감을 갖는다.

⑦이유 없이 무기력해질 때는 남성호르몬 측정이나 골밀도 검사를 받아본다.

⑧독서 등으로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⑨밤을 새는 등 스스로 몸에 무리가 가는 생활을 자제한다.

⑩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