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다빈치-고흐-피카소…만화로 만나요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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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양미술사 1∼5권/다카시나 슈지 외 엮음/정선이 옮김/각권 197쪽 내외/각권 1만2000원/다빈치(초등 4년 이상)

어쩌다 아이와 함께 전시회 구경을 가보면, 그곳을 찾은 아이와 엄마의 모습들이 제각각이어서 정작 보려고 했던 것보다 더 재미난 광경을 보곤 한다.

엄마는 아직 학교도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아이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고 보여주느라 애쓰고, 아이는 모처럼 나온 나들이를 즐기느라 엄마의 설명은 안중에도 없다. 엄마는 전시된 작품을 보고 아이에게 제목부터 주지시키느라 바쁘다. 아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의 이름 따윈 관심도 없는데, 그냥 보고 느낄 뿐인데 말이다.

‘서양 미술의 역사’란 말을 들으면 전문가들이나 볼 것 같은 딱딱한 지식책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만화 서양미술사’다. 모두 다섯 권으로 나왔지만 책의 전문을 다 만화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각 권에 나오는 주요 작가 2, 3명에 대한 생애와 그들의 작품 세계에 얽힌 에피소드를 만화로 처리해 어린이들이 보기 쉽도록 했다.

또한 1권 ‘원시 미술에서 다 빈치까지’부터 5권 ‘피카소와 20세기 미술’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의 큰 흐름을 꼼꼼하게 알려주려는 노력도 보인다. 책 사이사이에 미술의 여러 기법과 사조를 되도록 쉬운 설명으로 끼워 넣은 점, 미술사와 관련된 사실뿐만 아니라 문학사를 포함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도 연표를 통해 알 수 있게 한 점은 독자를 위한 친절한 배려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반 고흐, 피카소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15명의 생애가 그려진 만화를 보면, 적은 지면에 작가의 생애뿐만 아니라 작품세계까지 표현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생략된 부분이 있어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화에 그려진 작가의 사생활을 보고 어린이들이 예술가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갖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작가의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어린 독자에게 좀 더 타당한 전후 사정을 밝히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주 꺼내어 볼 만한 책이다. 예컨대, 작품 속의 모든 형태가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쇠라의 작품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그림을 구성하는 점들의 모양을 확대한 그림과 습작도까지 곁들여서 점묘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원시의 미술이 일상생활을 소재로 표현했던 것처럼 현대 미술은 생활의 복잡함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직접 참여하는 예술가도 생겨난 것이다.

피카소와 백남준을 닮은 우리의 많은 아이들에게 전시회장에서 강제로 주입시키는 작품의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가르침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혜경 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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