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치 부사장은 블랙 니트 셔츠와 블랙 스커트, 그물이 촘촘하지 않은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갖춰 입고 있었다. 검은색 의상과 머리색에 대비를 이루도록 빨갛고 매끈하게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 이 손톱은 집 근처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네일살롱 ‘조이스 네일&풋 스파’에서 다듬은 거예요. 매주 한번씩 손톱 관리를 받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집착하고 있죠.”
바투치 부사장은 2001년 3월 크리니크에 영입됐다. 1972년부터 30년 동안 뉴욕의 홍보대행사 ‘힐 앤드 놀튼’ ‘엠 부스 앤드 어소시에이츠’ 등지에서 바나나리퍼블릭, P&G, 베스트푸드, 푸에르토리코 관광청, 바셀린, 크루그 샴페인 등의 홍보를 맡아왔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의식주와 관련된 각종 트렌드의 정보통으로 통한다. 3년 전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 근교 웨스트체스터로 이사를 간 뒤 현재 부동산 투자 전문 변호사인 남편 루벤 사무엘과 고등학생 딸 알렉산드라(18), 초등학생 아들 데이비드(10)와 함께 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길고 화려한 색상의 손톱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뉴욕의 네일 살롱에서는 길이가 짧고 최대한 피부색과 가까운 자연스러운 손톱을 해 달라고 주문하는 여성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여덟살 무렵부터 화장을 시작해 사춘기에 접어들면 얼굴을 마치 팔레트로 생각하는 10대 소녀들 사이에서도 농도가 묽은 파운데이션과 색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아이섀도가 인기죠. 저 같은 학부모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경제 불황과 불안정한 세계 정세 등의 악재가 알게 모르게 작용했기 때문인지 직장이 있는 뉴요커들 사이에서는 마냥 몸을 축 늘어뜨리고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는 전신 스파나 토털 보디 트리트먼트는 오히려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손톱 손질, 페이셜 스파, 운동 가운데 한 가지를 정해 몰두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특히 2시간 안에 얼굴, 몸 등에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도심 속 ‘데이 스파’가 성업중이죠. 최근에는 남성들만을 위한 ‘데이 스파’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어요.”
바투치 부사장이 최근 건강을 지키고 다이어트를 계속하기 위해 택한 운동은 ‘필라테스’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의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찾는다. 각종 요가 강좌가 맨해튼을 중심으로 성업중이고 여전히 패션 전문 잡지에는 크리스티 털링턴, 귀네스 팰트로 등 유명 여배우의 요가 수련 장면이 등장하지만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다니는 것이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필라테스는 독일계 미국인 조지프 필라테스가 75년 전 창시한 정신 수련, 호흡법 및 근육 운동법의 하나로 요가와 고대 로마, 그리스인들의 체력 및 정신 수양 이론을 근간으로 했다.
“눈 뜨고 나면 다음 날 새로운 스튜디오가 생겨날 정도예요. 배쪽에 힘을 주고 호흡을 조절한 뒤 잘 쓰지 않는 근육들을 하나 둘 움직여 보는 것이 기본 동작 가운데 하나죠.”
이와 동시에 각종 안티 에이징 미용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40∼50대가 되면서 각종 노화방지 제품들의 인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류층 여성들이 한 명의 전문의를 고용해 함께 파티를 열면서 보톡스를 맞는다는 뉴욕의 ‘보톡스 파티’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긴 하지만 다수는 ‘그건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련된 것만 찾을 것 같은 뉴요커들도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있어 ‘중용(balance & harmony)’을 찾아야 한다는 의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