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28>萬事如意(만사여의)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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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事如意(만사여의)

悔-뉘우칠 회 致-이를 치 祈-빌 기

移-옮길 이 恭-삼갈 공 禧-복 희

아무리 바쁘게 사는 사람일지라도 매년 이 맘 때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해 보곤 한다.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늘 아쉬움이 많다는 것과 스스로도 부끄러워 쓴웃음을 지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어쩌면 그 정도 밖에 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한 해 두 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늙고 말게 되니 우리네 인생이란 애초부터 後悔(후회)없이 산다는 게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그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훌훌 털어내고 서로 격려하는 기회가 있으니 正初(정초)에 주고받는 德談(덕담)이 그것이다. 잘 되기를 빌어주는 말로 대체로 生子(아들 낳기), 得官(득관·관직받기), 致富(치부·돈벌기)의 내용이 있었다. 곧 듣고 상대방이 기분 좋은 말을 하는 것으로 그 반대가 될 때 惡談(악담)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祈願(기원)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六堂(육당) 崔南善(최남선) 선생에 의하면 본디 德談은 지나간 사실을 들어 축하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즉 ‘∼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德談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언제부터 德談의 風習이 있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연원이 中國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 최대의 명절은 단연 음력설로 그들은 ‘春節’(춘절·춘 지에)이라고 부른다. 이 때가 되면 일찌감치 귀향을 서두르는데 땅이 넓다보니 4∼5일 전부터 북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中國과 臺灣(대만)은 무려 10일 정도를 公休日(공휴일)로 指定하여 쉰다. 따라서 매년 이 때가 되면 14억 漢民族(한민족)의 大移動(대이동)이 연출되며 설날은 爆竹(폭죽)을 터뜨리면서 요란하게 쇤다.

우리가 年末年始(연말연시)에 주고받는 대표적인 德談이 ‘새해 福(복) 많이 받으십시오’다. 사실 福은 매우 추상적인 복합명사다. 우리 조상들은 長壽(장수), 財物(재물), 官運(관운), 康寧(강녕), 多男(다남) 등 다섯 가지를 두어 五福이라 하였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의 德談은 아주 구체적이다. 恭禧發財(공희발재·꽁시파차이, 돈 많이 버십시오)와 萬事如意(완스루이·만사 뜻대로 이루어지십시오)다. 發財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사실 萬事如意도 따지고 보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닌가. 올 한 해 독자 여러분의 恭禧發財와 萬事如意를 삼가 祈願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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