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羊(양)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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羊(양)

羊-양 양夢-꿈 몽柔-부드러울 유

雲-구름 운犧-희생 희盟-맹세할 맹

고려 말, 李成桂(이성계)는 羊을 잡다 두 뿔과 꼬리가 떨어져 나가는 꿈을 꾸었다. 그러자 無學大師(무학대사)는 크게 기뻐하면서 장차 王이 될 吉夢(길몽)이라고 했다. 羊자의 맨 위 좌우 두 획이 뿔이고, 맨 밑의 세로로 난 부분은 꼬리이니 이를 떼 버리면 ‘王’자가 되기 때문이다. 절묘한 破字(파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羊은 무리를 지어 살며 겁이 많지만 善良(선량)하고 柔順(유순)하다. 그래서 수 천마리의 양떼를 조그만 개 한 두 마리가 모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양떼를 노리는 이리나 승냥이는 惡(악)의 象徵으로 되어 있다.

이런 인식은 중국 사람들도 같았다. 그 결과 羊자로 이루어진 한자는 좋은 의미를 가진 것이 많다. 큰(大) 羊은 보기가 아름답다 하여 ‘美’(미)라 했고 내(我)가 보기에 좋으면(羊) 그것이 바로 ‘義’(의)가 된다. 또 羊이 무리를 짓는 습성과 임금(君) 밑에 신하와 백성이 雲集(운집)한다는 뜻을 합쳐 ‘群’(군·무리)자를 만들었다.

그 뿐인가. 마음이 羊처럼 善良한 자에게는 신(示)이 복을 내린다 하여 ‘祥’(상)자가 나왔다. 실제로 옛날 중국에서는 漢나라 이후 羊과 祥이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羊은 무릎을 꿇고 엄마 젖을 빤다고 하여 예의와 孝誠(효성)을 갖춘 동물이라고 여겼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羊을 가축으로 길렀다고 하며 중국은 이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그것은 宗廟(종묘)의 제사에서 犧牲物(희생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論語(논어)에 보면 천자가 매년 12월에 이듬해의 달력을 諸侯(제후)들에게 하사하면 諸侯는 이를 받아 祠堂(사당)에 모셔놓고 매월 초하룻날 양을 바쳐 제사를 지낸 다음 꺼내 사용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또 孟子(맹자)에 보면 鐘(종)을 주조한 뒤 儀式(의식)을 치루는데 이 때 양을 祭物(제물)로 바치고 그 피를 鐘의 표면에 발랐다는 내용이 있다. 또 제후간에 盟約(맹약)을 할 때에도 羊의 피를 마심으로써 신의를 표하기도 했다. 곧 초기 중국이 羊을 길렀던 목적은 지금처럼 털을 얻기 위했던 것이 아니라 고기와 피를 얻기 위해서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조선시대에는 羊을 제사용으로 쓰기 위해 羊場(양장)이라는 전문 사육장을 두기도 했다.

癸未年(계미년) 羊띠 해다. 干支(간지)나 生肖(생초·띠)는 음력으로 따지는 만큼 진정한 羊띠는 음력설을 쇠고난 지금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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