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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3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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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한겨레신문과 일부 인터넷매체 등은 “미디어비평이 왜 나쁘냐”며 이번 선정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미디어 비평을 ‘나쁜 프로그램’이라고 응답한 기자를 추적해 “소속사와 MBC와의 갈등에 따른 보복성 선정”이라고 왜곡했다.
프로그램 평가는 시청자의 반응을 포함해 기자 개인의 소신과 철학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소속 언론사가 이를 간섭할 수도, 간섭하지도 않는 것이 상식이다. MBC ‘미디어비평’은 방송사상 처음으로 미디어 비평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지만,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자기 비판보다 특정 언론사들에 대한 도식적 편가르기식 비판으로 그 편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기자 연수회에서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신문방송학)는 주제발표문 ‘미디어비평을 비평한다’에서 이 프로그램의 8회분을 분석한 결과 비판 대상의 84%가 동아 조선 중앙일보에 집중됐고 방송매체 보도에 대한 비평은 2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 이 세 신문에 있는 것이 아닐진대 왜 그럴까”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프로그램이 “언론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게 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게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다수가 참여한 투표 결과를 ‘결과’ 그대로 읽지 않고, 비실명을 전제로 참여한 응답자의 응답내용을 추적 폭로한 일부신문의 행위이다. 이러한 태도가 용인된다면 각종 여론조사와 투표, 심사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 표현의 자유’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근본원칙에 대한 도전이며, ‘사상 검열’이자 ‘정신적 도청행위’이다.
새해에는 매체 비평이 보다 활발해지기 바란다. 동시에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무시하는 매체 비평도 사라져야 한다.
전승훈 문화부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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