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연출자 박승걸 인터뷰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8시 54분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각색, 연출한 박승걸씨.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각색, 연출한 박승걸씨.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앙코르 공연이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여전히 식지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19일부터 문예진흥원에서 공연중인 ‘백설공주…’는 이미 마지막 공연(30일)까지 좌석의 98%가 예매로 팔려나갔다.

말 못하는 일곱 번째 난장이 ‘반달이’가 백설공주를 헌신적으로 짝사랑하는 이 이야기는 ‘어린이극’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어른 관객이 객석의 80%를 차지한다. 인기에 힘입어 올 초 이미 같은 제목의 책이 출간됐고 얼마전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판권 계약도 끝냈다.

‘백설공주…’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젊은 연출가 박승걸씨(30)의 두번째 작품. 2000년 데뷔작 ‘홀스또메르’로 호평을 받았던 그는 두 번째 작품에서 호평과 함께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후 “연출료를 합치면 몇 천만원은 족히 될” 만큼 연출 제의가 쏟아졌지만 모두 거절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내년에 세 번째 작품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가 하고픈 이야기는 ‘반달이’처럼 ‘작고 낮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음달 20일 일본 오키나와의 어린이 연극 축제와 내년 4월에는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어린이 연극제에 초청됐다. 텍스트가 갖는 보편성 때문에 적극적인 외국 진출도 욕심부릴 만 하지만 그는 ‘우리 관객 우선’을 고집한다. 다음달 4일부터는 내년 1월까지 부산 등 7개 도시에서 지방 공연을 시작한다(02-3444-0651). 내년 3월에는 서울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이 연극을 관람한 관객은 10만명에 육박한다. 그는 “백설공주에서 서정적인 멜로 요소를 발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우리만의 정서”라며 “누구나 갖고 있는 ‘짝사랑’의 기억과 느낌을 감성적으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공연, 특히 연극이 설 땅이 점점 없어진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영화 등 다른 매체가 발달할수록 ‘진짜 땀’이 주는 감동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며 낙관했다.

‘백설공주…’는 원래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떠돌던 얘기를 박씨가 각색한 것. 박씨는 당시 여자 친구에게 들려줄 유머를 찾다가 우연히 이 글을 읽고 연극으로 만들었다. 연극이 뜬 뒤 부산에서 연락해 온 원작자 서광현씨에게는 원작료가 지급됐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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