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너마저…" 싼값 내세워 중국산 밀물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0분


《한국인의 가장 기본적인 반찬인 김치도 중국산이 대거 밀려들고 있다. 더구나 중국산 김치는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일본에도 발빠르게 진출해 ‘싼값’을 무기로 한국산 김치를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김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경제적 손실은 물론 ‘김치 맛’에 대한 외국인의 편견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김치 증가〓중국산 김치는 국내 제품보다 맛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다. 이에 따라 단체급식과 출장외식(케이터링) 등 대량공급이 필요한 곳에 중국산 김치가 밀려들고 있다.

25일 국내 김치제조업체 ‘김치박사’의 권기균(權奇鈞·45) 사장은 “김치를 사먹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중국산 김치가 싼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중국산은 도매가격 기준으로 1㎏에 850원선에 공급돼 이 보다 2배가량 비싼 국내 김치(1500원)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수입은 1999년 3만3000달러(90t)에서 2000년 17만7000달러(467t), 2001년 19만5000달러(393t)였으며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26만3000달러(556t)로 3년 사이 8배나 급증했다.

▽해외 수출시장 타격 예상〓중국산 김치의 공세는 ‘원조 김치’ 맛을 잘 모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본 내 중국산 김치의 판매 가격은 400g에 200엔(약 2000원)으로 한국산 김치(398∼428엔)의 2분의 1수준.

이 때문에 전북의 경우 10월 말 대일 김치수출액이 27만1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0만5000달러에 비해 무려 77%나 감소했다. 일본에 대한 김치 수출은 1999년 7703만8000달러(2만3816t), 2000년 7646만3000달러(2만2261t), 2001년 6502만8000달러(2만2200t)로 매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김치수출업계 관계자들은 “2∼3년 후면 중국산 김치의 일본시장 점유율이 국산 김치에 육박할 수 있다”며 “한국산 김치의 깊은 맛과 영양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 내 중국산 김치의 판매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과당경쟁〓국산 김치의 일본 수출단가는 ㎏당 3.43달러에서 2002년에는 2.73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이에 대해 김치수출조합 차우진(車宇振·37) 차장은 “80개 국내 김치 수출업체 중 절반가량이 가격덤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완수(朴完洙·47) 한국식품개발연구원 김치연구단장은 “일본 수입업체들이 중국산 김치 가격을 들어 한국산 김치 가격을 깎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1년 7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로부터 일본의 ‘기무치(kimuchi)’를 물리치고 ‘김치(kimchi)’를 국제규격 식품으로 승인 받았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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