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족]창작그림책 펴낸 ‘비빔툰’ 홍승우씨 가족

  • 입력 2002년 11월 5일 16시 40분


경기 일산신도시 정발산마을 빌라. 벽은 물론 유리창에까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거북이 공룡 그림이 심상찮다. 만화가 홍승우씨(34) 가족이 사는 곳이다. 그러나 그림의 작가는 홍씨가 아니라 아들 동훈이(4)다.

동훈이의 그림실력을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홍씨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얼버무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자식 자랑’하고픈 아빠의 마음이 읽혀졌다.

홍씨의 대표작 ‘비빔툰’은 평범한 샐러리맨 부부 정보통과 생활미, 그리고 이들의 아들 다운이와 딸 겨운이가 엮는 가족이야기다. 이 작품의 실존 인물들인 홍씨 가족이 이번엔 만화책에서 나와 그림책을 만들었다.

문학동네어린이에서 최근 펴낸 ‘소리의사’. 어느 날 아침, 우는 소리가 바뀌어 버린 호랑이 소 생쥐 닭 강아지 돼지 등 동물들이 소리의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소리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아빠 홍씨는 그림을, 엄마 정지연씨(32)는 글을 썼다. 평범한 일상에서 각별한 의미를 끄집어내는 데 탁월한 홍씨의 전염성은 강했다. 정씨는 단 일주일 만에 글을 썼던 것. 앞으로 네 편이 발간을 기다리고 있단다.

“매일 밤 동훈이랑 딸 유나(2)에게 책을 읽어 줍니다. 다섯권 정도 읽어주는데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만든 그림책을 읽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써 봤습니다.”(정씨)

동훈이가 꿈속에서 봤다는 얘기들도 곁들여졌다. 또 정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거울을 들여다보며 노는 유나에게서 책 속에 거울을 붙일 아이디어를 얻었다. 소리의사 선생님의 얼굴을 비출 ‘거울’이란 장치를 마련하면 유나처럼 아이들이 주인공이 돼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보면 홍씨 가족은 ‘비빔툰 가족’의 ‘아웅다웅’과 달리 ‘오순도순’에 가까웠다.

“가족은 물론 따뜻하고 사랑스럽지요. 그러나 현실을 보면 부모도 인간이어서 아이들이 예쁘다가도 쥐어박고 싶기도 하고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했을 뿐입니다.”(홍씨)

그림동화 ‘소리의사’의 캐릭터들.

독자들은 홍씨의 만화를 보면서 “우리집만 이런 것은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다고 홍씨는 생각한다. 만화를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독자의 소감을 많이 듣는다고.

“수입이 없으니 불안해집니다. 일은 많이 맡았는데… 그게 가장인가 봐요.”(홍씨)

“결혼과 함께 아쉽게 손을 놓아버린 음향 공부에 대한 꿈을 최근 완전히 접었습니다. 서서히 동훈이 공부도 시켜야 하고 하루종일 집에 있는 만화가 남편 뒷바라지 역시 만만치 않지요… 그게 삶인가 봐요.” (정씨)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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