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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4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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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는 불황을 모른다
‘윤밴’은 록밴드 열기의 리더격이다. ‘윤밴’이 4월 발표한 라이브 음반 ‘라이브 이즈 라이프’는 현재까지 35만장 판매를 넘어서며 ‘빅히트’를 기록했다.
신인이나 다름없는 ‘체리필터’는 록밴드 열기의 가늠자. 최근 발표한 2집 ‘Made in Korea?’는 두달 만에 10만장을 넘어서며 가요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가요계에서는 “‘윤밴’보다 지명도가 낮은 ‘체리필터’의 최근 인기로 미뤄보면 ‘록밴드’의 열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체리필터’는 25∼27일 서울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2집 발매 기념 라이브 공연으로 팬들에게 자기 위상을 각인시킬 계획이다. 02-553-1664
‘자우림’은 97년 첫 음반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록밴드여서 7만장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4집은 한달만에 20만장을 기록했고 9월말 야외 라이브 공연 때는 비가 쏟아지는데도 수천명의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롤러 코스터’는 최근 발매한 라이브 음반 ‘라이드 온 라이브’가 3만여장 나가면서 록밴드의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들은 “6월 하순에 마련했던 공연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왜 록밴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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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의 연주와 보컬은 TV나 mp3로는 그대로 담기 어려운 감흥과 열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록밴드의 풍성한 사운드와 로커의 강렬한 움직임에 매료된 팬들이 ‘TV 음악’의 가식적인 볼거리에 염증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TV가 10년 넘게 주도해온 ‘보는 음악’의 시대가 끝났다”며 “록밴드가 자기 지분을 되찾은 것은 그동안 TV 음악에 식상했던 팬들의 뒷받침 덕분”이라고 말했다.
‘록밴드’ 열기의 기폭제는 6월 월드컵 거리 응원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거리 응원은 사실상 대규모 록집회였다는 것.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거리 응원을 주도한 이들은 댄스 그룹이 아니라 록밴드였다”며 “20대 젊은이들이 처음으로 공동체적 쾌감을 느끼면서 록밴드와 동료의식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윤밴’외에도 여러 인디 밴드들이 참가했으며 이중에는 메이저 음반사의 계약 제의를 받은 밴드도 있다.
한편으로는 최근 연예계 비리 수사로 인해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새음반 발표에 추춤하는 동안 TV와 거의 상관없는 록밴드들이 자기 공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록밴드는 여전히 가능성
음반기획제작자연대의 김영준 대표(‘윤밴’의 기획자)는 록밴드의 생명샘인 라이브 공간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록밴드는 가요의 다양성을 보장하지만 현재처럼 열악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으로만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라이브 공연의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다. 들쑥날쑥한 대관료, 부가가치세와 문예진흥기금 등 각종 준조세, 공연에 대한 몰이해 등이 그것. 특히 매출액의 30%를 대관료로 요구하는 곳도 있으며 사실상 매출액의 30∼45%를 문예진흥기금 등 공연외 명목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록밴드들은 수익보다 홍보 차원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음반기획제작자연대와 대중음악개혁연대가 최근 △전문 공연장의 부족 △턱없이 높은 세금 △과도한 공연 비용에 대한 대책을 행정당국에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체리필터’의 기획자 이국현씨는 “신인 록밴드들은 끊임없는 라이브 공연으로 고정팬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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