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요리 자격증 8개 보유 장명하씨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32분


요리사라면 누구나 최고의 요리사를 꿈꿀 것이다. 색다른 방법으로 그 최고에 도전한 사람이 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관리와 모두 11곳의 식당을 운영하는 ‘63시티’의 장명하(張明河·37·사진) 부조리장.

그는 요리 관련 자격증이 8개나 된다. 양식 한식 일식 중식 복어 등 5개 조리기능사 자격증과 제빵 제과 기능사까지 요리와 관련한 7개의 기능사 자격에다 조리분야 최고자격증인 조리기능장 자격까지.

조리기능장은 자격조건부터 까다롭다. 조리기능사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8년 이상, 그렇지 않은 사람은 11년 이상의 조리사 경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양식 한식 일식 중식 복어 등 요리 전 분야에 대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실기시험은 필수인 한식과 다른 선택과목 시험에도 합격해야 한다. 내로라 하는 요리사들조차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제도가 1984년 처음 도입된 이래 18년 동안 배출된 기능장은 불과 98명. 올해도 100여명이 지원해 4명만 합격했다. 이채로운 것은 그의 요리 경력이 10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다. 보통 조리기능장은 20년 안팎의 경력을 자랑한다.

전문대 졸업 뒤 20여 곳의 직장을 전전하던 그가 요리사로 뜻을 세운 것은 20대 중반을 넘어서였다. 요리학원을 다녀 양식 조리기능사 시험에 합격하고 93년 ‘63시티’의 주방보조로 취직했다. ‘63시티’의 조리사는 450여명.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눈을 돌린 것이 자격증이었다. 자격증 ‘사냥’은 1급 조리사가 된 98년 시작됐다. 매일 퇴근 후 다음날 새벽 2, 3시까지 하루 4가지씩 새 요리에 도전했다. 부인이 매일 장을 봐주고 자정을 한참 넘긴 시간에 음식 맛을 평가했다. 그렇게 해서 6개월에 하나 꼴로 새 자격증을 따냈다.

2001년도 서울국제요리대회에 참가, 퓨전요리 개인부문 금메달을 땄다. 거위간 송로버섯 캐비어 복어를 함께 요리한 ‘4대 진미’와 스테이크에 가물치 전채요리 오미자 무스 등이 어울린 요리였다. 그리고 올해 대망의 조리기능장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63시티’ 조리사 중 최초였다. 그러나 ‘지구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드는 맛의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자격증은 종착점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일이 닥쳐도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