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빙점’ 작가남편 미쓰요 ‘나의 아내…’ 책내

  • 입력 2002년 9월 19일 17시 12분


미우라 아야코 부부가 다정하게 산책하는 모습. 사진제공 투영
미우라 아야코 부부가 다정하게 산책하는 모습.
사진제공 투영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 최근 그의 남편인 미우라 미쓰요가 아내에 대한 깊고 헌신적인 사랑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미우라 미쓰요가 쓴 ‘나의 아내 미우라 아야코’(투영미디어)에는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30여년이 넘도록 부부로 살며, 가까이서 보고 느낀 아내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따뜻한 온기와 은은한 향취가 책장 곳곳에서 배어 나오는 이 책은 각박하고 계산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남다른 울림을 준다.

미쓰요는 아야코를 처음 만난 1955년 6월 18일을 ‘내 생애 잊지 못할 그 날’로 기억한다. 당시 아야코는 폐결핵이 발병한 지 9년, 척추만성염증에 시달린 지 3년이 지난 상태에서 몸을 뒤척이기조차 힘들었다. 세 번째 만남을 가진 뒤 미쓰요는 이렇게 기도드렸다.

“신이시여, 나의 생명을 아야코에게 주어도 좋으니, 아무쪼록 병이 나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만난 지 4년 만에 결혼한 이들 부부의 신혼 생활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미쓰요는, 단칸방이었지만 정말로 ‘좁으면서도 즐거운 우리집’이었다고 회상한다. 자그마한 공간이었지만 이 집에는 진정으로 시(詩)가 있었다.

잡화점 ‘미우라 상점’을 운영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가던 아야코는 1964년 아사히신문이 주최한 소설 공모에 ‘빙점’이 당선된 뒤, 상점 문을 닫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미쓰요는 끊임없는 원고 집필과 강연으로 바쁜 아야코를 돕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미쓰요는 ‘남편이 밥을 짓든, 차를 끓이든, 서로가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야코의 건강이 나빠진 1966년 이후부터는, 구술하는 것을 받아 적으며 작품 활동을 도왔다. 미쓰요는 아야코가 쓰는 소설이나 에세이의 내용에 대해 일절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미쓰요는 결혼식 도중, ‘우리 두 사람은 동시에 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아야코는 1999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래도 그 둘은 ‘일심동체’가 틀림없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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