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피천득 선생 수필 주인공 ‘아사꼬’ 사진 공개

  • 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38분


피천득 선생 수필집 '인연'과 작품속 주인공 아사꼬의 대학시절 모습(오른쪽)

피천득 선생 수필집 '인연'과 작품속 주인공 아사꼬의 대학시절 모습(오른쪽)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스위트피처럼 귀여웠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하얀 목련처럼 청순했으며 마지막 만남에서는 백합처럼 시들어 가는 모습이었던 아사꼬.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92)선생의 명 수필 ‘인연’의 주인공 아사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29일 오후 10시 KBS 1 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의 ‘인연’편에서 아사꼬의 얼굴이 사진으로 공개된다.

‘책을 말하다’ 제작진은 ‘인연’편을 준비하면서 일본 주재 특파원을 통해 아사꼬의 자취를 찾기 시작했다. 수필에 서술된 아사꼬의 부친 미우라씨가 근무했다는 YMCA에서 자료를 구했지만, 미우라라는 사람이 근무한 적은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다시 확인해보니 피천득 선생은 “혹 결례가 될까봐 부친의 성은 가공한 것이다. 지금도 실제 성은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결국 제작진은 아사꼬라는 이름과 성심 여학원, 작가와 10살 차이라는, 수필 속에 담긴 세 가지 정보만 갖고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성심 여학원 쪽으로 알아 봤지만, 전후 폭격으로 학교측이 갖고 있던 자료도 소실된 상태였다. 학교측은 아사꼬와 비슷한 시기에 졸업한 졸업생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수녀가 된 졸업생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아사꼬의 동창이었고 둘은 절친한 친구사이였음이 밝혀졌다. 그가 보관해온 낡은 졸업앨범에서 아사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사꼬는 청순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친구”라고 얘기했다.

표만석 PD는 “나이 지긋한 아사꼬의 사진도 입수했지만, 선생께서 방송을 통해 공개하기를 원치 않으셨다. 하지만 아사꼬의 옛 사진을 보고 참 반가워 하셨다”고 말했다.

1920년생으로 확인된 아사꼬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녹화 도중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피천득 선생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너무도 반갑지만 세 번의 인연으로 족하다. 굳이 만나기 보다는 그저 아사꼬가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집을 펴낸 샘터의 김성구 사장은 “지금도 선생께서는 수필에 나왔던 아사꼬의 안데르센 동화책 표지와 우산 색깔, 신발 모양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