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中 國(중국)

  • 입력 2002년 8월 22일 17시 24분


中 國(중국)

中-가운데 중 國-나라 국 約-맺을 약

訓-가르칠 훈 墨-먹 묵 革-고칠 혁

오랫동안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틀린 것을 알고 허탈하거나 의아해 한 적은 없었는가? 사실이 아닌데도 오랜 기간 굳어져 사실처럼 통용되고 있는 현상을 ‘約定俗成’(약정속성)이라고 한 바 있다(99. 12. 13). 이 두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中國’이다.

흔히 ‘中國’을 ‘가운데에 있는 나라’로 해석한다. 그러나 ‘中’의 본 뜻은 ‘안’(內)이며 ‘國’은 지평선(一)이 있는 넓은 지역(입구)에 사람(口)이 살고 있으며 적이나 맹수로부터 그들을 지키는 군대(戈)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따라서 ‘中國’이라면 ‘안에 있는 城’, 곧 ‘왕이 소재하는 곳’이다. 당연히 그곳은 다른 곳보다 번영된 곳으로 후에 오면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訓民正音(훈민정음) 序文(서문)에 나오는 ‘나랏 말ㅱ미 中國에 달아…’의 ‘中國’도 사실은 ‘천자가 계신 곳과 달라서…’로 해석해야 옳지 않을까. 世宗大王(세종대왕) 당시 中國의 이름은 明, 또는 大明이었을 뿐이다. 역대로 中國이 자기나라 이름을 ‘中國’이라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秦, 漢, 唐, 宋, 明, 淸이 그대로 나라 이름이었을 뿐이다.

그 중 국력이 가장 융성했던 때가 漢과 唐이었다. 그래서 漢, 唐은 中國을 대표하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도 중국을 말할 때 漢, 唐이라고 했지 ‘中’자는 사용하지 않았다. 漢文, 漢字, 唐樂, 唐墨(당묵) 등등….

다만 큰 것을 좋아하여 ‘大’자를 붙였다. 일례로 19세기 중국이 서구 열강과 체결했던 수많은 불평등조약을 보면 ‘中國’이 아닌 ‘大淸’으로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영어의 ‘CHINA’는 秦나라의 중국 발음 ‘친’과 나라를 뜻하는 라틴어 ‘A’를 덧붙인 것이다.

이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韓國’이 된 것은 1897년 大韓帝國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영어로는 KOREA가 아닌가. ‘高麗’에서 비롯된 것이다. ‘中國’이 國名으로 사용된 것은 1911년 孫文의 辛亥革命(신해혁명)후 탄생한 中華民國에서부터였다. 줄여서 ‘中國’이라 했다. 불과 80여년의 역사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中國’은 1949년에 건국된 ‘中華人民共和國’(중화인민공화국)의 略稱(약칭)이다. 韓中 두 나라가 수교 10주년을 맞고 있다. 이제 中國은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 자리잡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