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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8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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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성분과 투명성으로 인해 ‘모래의 아들’ ‘빛의 딸’이라 할 만하다. 인테리어의 세계에서 스틸이 ‘재료의 제왕’이라면 유리는 ‘재료의 여왕’이다.
올해는 한국의 근대 유리 제조 공장의 효시인 국립유리제조소가 1902년 세워진 지 100년 되는 해다.
이 여름, 유리병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띄우면 어딘가 흘러다니다 미지의 인연에게 다다를 것도 같다. 유리가 꽃 물 불빛 얼음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들여다보자.》
▼병따개 붙은 잔에 파리 빠진 컵‥아이디어의 승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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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과 압구정동 등지의 인테리어 숍에는 아이디어를 살린 유리 소품들이 나와 있다.
텐바이텐(10x10.co.kr)은 공을 절반으로 자른 모양의 두꺼운 유리 속에 물을 채운 ‘리퀴드 유리시계’를 내놓았다. 4만8000원. 이 시계는 숫자 자판이 없는 데다 시침도 휘어져 보여 시간을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텐바이텐은 “휴가철 모처럼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흘러가는 시간을 느슨하게 즐겨보자는 뜻에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휴양지 콘도 팬션에 인테리어 오브제로 놓아두면 유머러스할 것으로 보인다.
맹숭맹숭한 유리컵들에 깜찍한 이미지를 넣은 제품들도 나왔다. 품(poom-style.com)에서 만든 3개의 유리컵 1세트는 파리를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가 들어 있다. 파리가 떼 지어 컵에 앉았다가(컵 1) 한 마리만 남고 날아간다(컵 2). 남은 한 마리가 죽어 바닥에 떨어지자 ‘날기 전에 어떻게 떨어져야 하는지부터 배우라’는 뜻의 영문이 유리컵에 남는다(컵 3). 얼핏 보면 물 잔에 진짜 파리들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징그럽다. 낱개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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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바이텐은 적십자 로고나 비상구 표지 등 갖가지 그림이 그려진 신세대 소주잔을 내놓았다. 4개 1만9000원. 유리컵 바닥에 예쁜 오프너를 붙인 제품도 있다. 1만7000원.
인테리어 디자인 숍인 노아는 특이한 디자인의 유리 제품들의 용도에 대해 “우리도 잘 모른다”고 답한다. 용도를 제한하지 않을 테니 고객들이 창의적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작은 시험관형 유리병 5개를 밴드로 묶어서 낸 ‘노아 팬 플룻’(2만원)이 그렇다. 꽃 다섯 송이를 하나씩 꽂을 수도 있고, 파란 물을 채워 단순 관상용으로 놓을 수도 있다. ‘노아 비드 스탠드’(11만원)는 플라스크형 유리병에 연두색 구슬을 채워 작은 할로겐 램프를 구슬 속에 파묻어둔 것. 불빛과의 거리에 따라 구슬 연두색의 짙기가 달라져 병 속이 청명한 바닷물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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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타임은 반 자른 오렌지 모양의 컬러풀한 재떨이를 내놓았다. 2만3800원. 손으로 잡기 쉽게 몸체가 휘어진 컬러 유리컵(1만6000원)과 둥근 몸체가 손잡이에 비스듬히 얹힌 와인 잔을 내놓았다. 따르기엔 조심스럽지만 마시기엔 편하다. 낱개 큰 잔 2만9000원, 작은 잔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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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함께할 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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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꽃의 청순함을 더해준다. 엔토 디자인(entodesign.com)의 꽃병은 유리의 투명함을 이용해 기발한 트릭을 보탠 제품이다. 컵처럼 생긴 작은 꽃병 둘레에 스틸로 테두리를 만들어 꽃병 속에 꽃병이 든 것처럼 보이도록 돼 있다. 2만5000원.
미국 글래스 디멘션의 꽃병 ‘일루전 스탠딩’(4만9000원)은 꽃들이 둥근 원 속에서 피어오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같은 회사의 꽃병 ‘칼라릴리 버드’는 꽃병의 주둥이 자체를 활짝 핀 꽃봉오리처럼 만들었다. 작은 것 7만7000원, 큰 것 8만8000원. 대진 21(lampplus.co.kr) 수입.
▼불빛의 집▼
불빛은 유리 속에 있을 때 안온하다. 노아(macro-noah.com)의 노아 에디슨은 8000cc의 유리병에 27개의 알전구를 넣고 그 중 하나만 빛을 내게 한 것이다. 알전구들은 새알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명을 다한 알전구들을 활용할 수 있다. 9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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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디멘션의 ‘올드 패션드 오일 램프’(8만8000원)는 앤티크한 가구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유리 자체가 모던한 느낌을 주는 퓨전 스타일이다. 대진 21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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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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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물이 담겨 있을 때 상큼해 보인다. 독일 TFA사의 ‘갈릴레이 온도계’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고안한 방식으로 제작된 클래식 온도계다. 작은 것 9만9000원, 큰 것 21만원. 기름이 담긴 플로터(물에 뜨도록 만든 물건)는 더울수록 오일의 비중이 높아져 가라앉는다. 플로터들은 유리관 위쪽에 몰려 있는데 이 중 맨 아래 플로터에 매달린 추에 온도가 나타난다. 미국 월포드 글래스블로잉사의 물에 뜨는 오일 램프 ‘플로터’들은 유리와 물에 불빛이 보태져 여름밤의 정취를 살려준다. 작은 것 6만6000원, 큰 것 7만7000원. 대진21 수입.
오프타임(offtime.co.kr)의 모래시계(4만5800원)는 유리관에 물을 채우고 작은 모래시계를 넣어둔 경우다. 모래시계의 티백에 물에 충분히 스며들 만한 시간인3분 안팎이 되면 모래가 모두 내려온다. 모래시계 자체도 유리관 아래로 내려온다. 두산 파카 크리스탈(parkalife.com)의 물병은 손 잡는 부분이 움푹 들어간 항아리 모양. 얼음을 담는 부분도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이다. 4700원.
▼마치 얼음과 같은…▼
유리를 얼음의 이미지와 결합한 제품들도 나와 있다. 전망 좋은 방이 내놓은 사각 유리 접시(1만1700원)는 심플하며 마치 얼음을 얇게 잘라놓은 것 같다. 사진은 LG데코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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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이어라이트사의 유리램프 ‘클래식 큐브’도 얼음처럼 생겼다. 작은 것 5만5000원, 큰 것 6만6000원. 대진 21 수입.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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