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미 잡히면 대선 힘들다”…한나라 언론상대 잇단소송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7분


한나라당이 최근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對) 언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칼럼을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언론인 정경희씨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을 때만 해도 단발 소송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6일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은폐 의혹을 보도한 월간 신동아, 주간 ‘오마이뉴스 2002’, 일요시사 등 3개 언론사 관계자 10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했다. 또 같은 날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불공정하게 보도했다는 이유로 문화방송(MBC)과 담당 PD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함께 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비판적인 언론의 공세를 차단하고, 다른 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대언론 소송이라는 강공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후보 측은 그 직전에 서정우(徐廷友) 변호사를 법률특보로 기용하는 등 법률자문단을 강화, 이미 이 같은 소송 공세를 작정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형사소송은 피하고 민사소송만 내기로 하는 등 소송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치밀한 전략을 짜두었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의 한 특보는 28일 “병역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 이 문제는 밀리는 순간 바로 끝장이기 때문에 언론이든 다른 정당이든 사활을 걸고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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