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은의 이야기가 있는 요리]키위잼 갈비스테이크

  • 입력 2002년 5월 23일 15시 04분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을 뛰놀던 ‘순수의 시대’는 이브가 사과의 맛을 보면서 ‘쾌락의 시대’로 넘어갔다. 못된 왕비의 독이 담긴 사과는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모양새와 향기로 백설공주를 유혹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예로부터 동양의 문인들은 근심걱정이 없는 지상낙원을 ‘무릉도원’이라 하였으니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정원이 천국이라. 땅의 기운을, 하늘의 사랑을 모두 받아 줄기로 뽑아올려 봉오리에서 터져버리는 ‘과일’은 대자연의 생명력이 농축된 매력 덩어리로 이브도, 백설공주도 그리고 신선들도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으리라.

음식에 있어 어떤 조리적 가감이 없이 우리의 감각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무르익은 과일 한 조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오감만족’을 이룬다. 예를 들어 키위를 보자. 먼저 까끌까끌한 껍질은 만지는 이의 손가락 끝을 자극한다. 첫번째 촉각이다. 그 거친 껍질을 삭 돌려 깎으면 매끈히 만져지는 속살은 두번째 촉각이다. 동시에 풍겨오르는 향기는 비타민 섞인 비가 뿌려지듯 싱싱하다. 후각이 자극되는 순간이다. 눈에 들어오는 그 색깔은 또 어떤가? 선명한 연두색, 혹은 황금빛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어 시각적 즐거움을 주며 한입 베어물면 혀뿌리까지 퍼지는 그 상쾌함! 작은 파도에 복사뼈를 담근 듯 상쾌한 미각을 자랑하며 동시에 톡톡 씹히는 자잘한 씨들이 청각 또한 심심치 않게 한다.

그렇다면 ‘오감만족체’인 과일을 맛나게 요리해보자. 새콤 톡톡한 키위잼을 곁들인 갈비스테이크는 어떨까? 이름만으로도 군침이 돌지 않는가? 도톰한 스테이크용 쇠고기를 준비하여 설탕, 간장, 파 등의 갈비양념에 약간의 화이트와인을 섞어 잰다. 단, 조리 후 곁들여질 잼을 고려하여 설탕의 양을 평소보다 줄여준다. 양파나 양송이버섯을 함께 재었다 구우면 더 푸짐하다. 양념이 잘 배인 고기를 건져 달궈진 팬에서 표면을 바짝 굽고 예열된 오븐으로 옮겨 원하는 정도만 속을 더 익힌 후 접시에 낸다. 곁들이는 키위잼과 나란히 겨자를 한 스푼 덜어올려 시고 달고 톡 쏘는 맛까지 조절할 수 있는, ‘골라먹는 재미’를 주자. 그리고 향그러운 매실주나 한잔 기울이자.

한 점 씨앗이 대지와 얽혀 과일을 만드는 마술처럼 과실주가 익어가는 과정 또한 신비롭다. 매실주든, 와인이든 과일의 향에 알코올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술’이 아닌, 시간과 함께 익어가는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어로는 ‘기타 과실주’를 ‘오드비(eau de vie)’라 부른다. 직역하면 ‘삶의 물’로 그야말로 생명수라는 뜻. 생명체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맛이 익어가는 물이라서 그런가보다. 아님, 마시고 나면 새 생명 얻은 듯 행복해지니 생명수인지도…. 생활 곳곳에 흐르는 자잘한 생명수 줄기들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복숭아가 떠내려 오는 그곳에 다다르지 않을까?

키위잼

●재료〓키위 1㎏, 설탕 600g, 사과껍질 1개 분량, 화이트와인 두 큰술

●만드는 방법

(1)키위는 썰어서 설탕을 뿌린다.

(2)설탕이 키위에 스미듯 녹으면 센불에 올려 끓이다가 불을 낮추고 와인을 넣어 졸인다.

(3)표면에 생기는 흰 거품을 걷어가며 졸이고 완성 후 병에 보관한다.

키위잼에 절인 스테이크

●재료〓스테이크고기 600g, 간장 4큰술, 배즙 2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약간, 다진마늘1큰술, 파 1/3뿌리, 후추, 통깨, 화이트와인 1/3컵, 겨자

●만드는 방법

(1)모든 재료를 섞어서 양념장을 만든 후 고기를 재운다(적어도 1시간).

(2)고기를 건져서 달궈진 팬에서 겉을 익힌다.

(3)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속을 익힌다.

(4)접시에 담고, 키위잼과 겨자를 곁들인다.

파티 플래너·요리연구가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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