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禮 통해 인생 배워요"…삼청각 내 천추당 다례강좌

  • 입력 2002년 5월 14일 16시 01분


전통문화강좌에 참가한 30~50대 주부들이 차회를 즐기고 있다.
전통문화강좌에 참가한 30~50대 주부들이
차회를 즐기고 있다.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한 서울 성북동 삼청각 내 서쪽 한적한 한옥 천추당에 매주 목요일 오후 주부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세종문화회관과 명원문화재단이 3월부터 16주 예정으로 열고 있는 전통문화교실 다례 강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9일에도 깔끔하게 차려진 다과상을 각각 앞에 둔 주부 10명이 강사인 김복일씨(명원다례전수관 연구위원)의 ‘중국 청차다예(靑茶茶藝)’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손님을 초대해 다회를 베풀 때 중국에서는 먼저 물을 끓이고 향을 피워 준비를 합니다. 중국에선 차를 ‘미인’으로 보고 다기에 담긴 찻잎에 물을 부어 먼지를 씻어 냅니다(美人洗塵). 나중에 물에 찻잎을 띄워 ‘미인’의 참얼굴을 감상하게 되는데(盧山眞面)….”

이민순씨(56)가 “우리야 찻잎이 장미꽃이건 호박꽃이건 상관없는데…”라고 말하자 다른 수강생들이 ‘까르르’ 웃으며 저마다 한마디한다. 이들은 24번이나 되는 순서를 진행하면서 직접 차를 따르기도 하고 색을 감상하고 향을 맡고 음미했다.

“차를 따를 때는 관우가 성을 순시하듯 (關公巡城) 오른쪽 찻잔에서부터 쭉 따르되 다시 한신장군이 병사들을 점찍어 배치하듯(韓信點兵) 이렇게 분배하고….”

수강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강좌라기 보다는 다회를 즐기는 입장. 도자기를 전공한 김규영씨(55)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하다 ‘우리 선조들은 이 그릇 속에 뭐를 담았을까’ 궁금해 들어왔다.

“술을 마시지 못하니 낄 만한 모임도 없고…쉰 넘어 이만한 공부가 없어요. 다회를 베풀면서 많이 자랐습니다.”

김씨의 말에 이씨가 “다례를 통해 참을성도 기르고 남을 이해하게 됐다”고 거든다. 오랜 외국생활로 영어가 능숙한 이씨는 이곳에서 수시로 열리는 외국인 대상 전통체험 강좌에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배운 것을 활용하기도 한다.

김가자씨(58)는 “다례를 통해 여러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비교하면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며 “차를 가까이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고 밝게 웃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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