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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8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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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도 장애인을 뜻하는 표현은 꽤 많다. 대표적으로 ‘불구자(the disabled)’라는 표현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라고 무능력한 것은 아니다”는 반론이 제기돼 ‘신체적 불리자(the physically handicapped)’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 또한 “신체적 장애가 핸디캡은 아니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해서 나온 표현이 ‘신체적으로 도전받는 사람(The Physically challenged)’.
다양한 인종과 이익집단이 모여 있는 미국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고 하여 성차별적이거나 특정 인종이나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사업상 프리젠테이션을 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사로 나섰을 때 사회 통념상 피해야 할 용어들이 있다. 동아일보 어문연구팀 여규병 차장과 뉴욕타임스사가 기사에 쓰이는 단어 용례를 정리한 매뉴얼(The New York Times Style and Usage)의 도움으로 대표적인 사례들을 꼽아 보았다.
●‘말단 공무원’이 아니라 ‘일선 공무원’이다
특정 직업을 낮추어 보는 말은 삼간다. ‘말단 공무원’은 ‘일선 공무원’, ‘간호원’은 ‘간호사’, ‘수위’는 ‘경비원’, ‘우체부’는 ‘우편집배원’이다. ‘택시운전수’는 ‘택시운전사’, ‘청소부’는 ‘환경미화원’, ‘소방수’는 ‘소방관’으로 쓴다.
●‘권력의 시녀’가 아니다
성차별적인 용어도 피해야 한다. ‘처녀작’은 ‘첫 작품’, ‘처녀출전’은 ‘첫 출전’이라는 표현이 있다. 성평등을 너무 의식한다는 느낌을 주는것도 예의가 아니다. 예를 들어 ‘spokesman(대변인)’을 쓸 때 ‘spokesperson’보다는 ‘press officer’라고 성구분이 없는 표현을 쓰는 게 낫다.
또 ‘actress(여배우)’ ‘hostess(여주인)’ ‘waitress(여종업원)’처럼 명사의 여성형을 쓰면 남성보다 한 수 아래라는 느낌을 주므로 피한다. 요즘에는 ‘actor’ ‘host’ ‘waiter’ 모두 성 구분 없이 쓰인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여성(woman)’을 ‘주부(housewife, homemaker)’ ‘할머니(grandmother)’라고 쓰지 않는다. 또 성평등이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니므로 성평등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페미니스트’라고 써서는 안된다.
●‘아메리칸 인디언’일까 ‘네이티브 아메리칸’일까
‘검둥이’ ‘흰둥이’가 아니라 ‘흑인’ ‘백인’이다. 영어에서도 ‘black’ 보다는 ‘African-American’이 좋다. 남미계열의 흑인까지 포함하는 의미라면 ‘black’이라고 쓴다.
‘히스패닉(Hispanic)’은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명사와 형용사로 쓰인다. 남서와 서부 지역에서는 ‘라티노(Latino)’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인디언’은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네이티브 아메리칸’으로 쓴다. 일부 인디언들은 네이티브 아메리칸이 에스키모와 네이티브 하와이안들까지 포함한다며 싫어하므로 주의한다.
●‘장애자’가 아니라 ‘장애인’이다
‘절름발이’는 ‘지체장애인’, ‘귀머거리’는 ‘청각 장애인’ ‘벙어리’는 ‘언어장애인’ ‘장님’은 ‘시각장애인’ 혹은 ‘맹인’이다. ‘벙어리 냉가슴’이나 ‘눈 뜬 장님’이라는 표현도 가급적 피한다.
●‘민비’가 아니라 ‘명성황후’다
일제가 비하해 사용한 표현들을 무심코 쓰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8·15 해방’이 아니라 ‘8·15 광복’이고 ‘이조’가 아니라 ‘조선조’이며 ‘한일합방’이 아니라 ‘경술국치’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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