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서비스 레지던시 "국경없이 사는 제트족에 제격"

  • 입력 2002년 4월 11일 14시 15분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라.’

싱가포르의 프레이저 스위츠에서 만난 영국 출신 엘라인 스푸너. 남편이 다국적 금융회사에 근무해 10년 동안 도쿄 홍콩 말레이시아 등을 1, 2년 단위로 옮아다녀야 했던 그녀에게 더없이 중요한 생활수칙이다.

“갑자기 발령이 나거나 문제가 생겨 계획했던 것 보다 빨리 다른 나라로 가야 할 때 옷가지만 들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처음부터 스푸너씨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남편의 첫 부임지에서는 나름대로 집도 구해보고 가구도 직접 마련하는 등 외국에서 내집 마련하기에 애를 썼다. 그러나 계속 나라를 옮아다니며 해외근무를 해야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해외 여러나라를 돌며 생활하는 것이 생각처럼 멋지고 화려한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여러나라 문화를 접한다는게 매력적이기는 하죠. 하지만 가족 입장에선 외국생활이 가장에 의해 결정되는 ‘강요된’ 생활의 성격이 강해요. 본국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언어 문화 생활습관이 다른 곳에서는 힘겨운 일이 되죠. 그래서 전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있어요. 해외에선 일상에 관련되는 일들을 쉽고 간편하게 해결하자는 거죠. 가구같은 큰 짐은 절대 갖고 다니지 말고 전기 수도 등 주거와 관련된 소소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거예요.”

스푸너씨는 대신 그 시간을 그 나라를 더 알고 느끼고 배우는데 할애하려고 한다. 그것이 이 나라 저 나라를 돌며 살아가는 ‘제트족’들이 생활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스푸너씨는 믿고 있었다.

싱가포르〓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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