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자연미 물씬 통나무 예술 로버트 패트릭 작품전

  • 입력 2002년 4월 11일 14시 08분


티크 위에 금박을 입힌 캐비닛
티크 위에 금박을 입힌 캐비닛
미국 백악관에는 미얀마산 티크로 만든 1t짜리 암체어가 있다. 나무 외에는 작은 쇠못 하나 박지 않고 원목을 일일이 깎아 만든 작품이다.

이는 가구 디자이너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로버트 패트릭의 대표적인 작품. 이와 똑같은 작품을 비롯해 75점의 작품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나무 자재 전문기업인 동화기업이 강남구 논현동 목자재 인테리어 코디 전시관(02-3218-8949) 오픈 기념으로 4층 ‘갤러리 나무동화’에서 5월말까지 ‘로버트 패트릭 작품전’을 열고 있다. 입장은 무료.

●작품 세계〓세계 티크의 90%를 생산하는 미얀마산 최고급 통나무만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티크는 나무 자체에 오일 성분이 있어 1000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방균 방충작용을 가진 고급 목재로서 선박을 만드는 데 주로 쓴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야외별장의 가구에 티크 소재를 많이 쓰며 국내에서는 고 이병철 삼성회장이 티크 가구를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트릭씨는 이 같은 티크에 진주조개, 계란껍질, 거북 등껍질 등의 이색소재를 접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금과 은을 도금하기도 한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유선형보다 직선을 선호해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느낌을 자아낸다. 패트릭씨는 또 나무못 등 일체의 부속을 사용하지 않고 통나무를 일일이 깎아서 만들고 붓 대신 손으로 래커칠을 해 내추럴한 분위기가 나는 것도 특징.

●어디에 어울리나〓동화기업 측은 전시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도 한다. 일반 소파나 콘솔 등 단품들은 500만원선이고 암체어 등은 1500만원선에 이른다. 물론 30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작품들도 있다. 현재 기업체 사장 등이 주로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패트릭씨의 작품은 아파트와 같은 공간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품들이 대개 부피가 크고 내추럴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천장이 높고 거실이 넓은 전원주택이나 목재주택 등에 잘 어울린다는 것. 하지만 콘솔 사이드테이블 등 단품은 부피가 크지 않아 아파트에도 들여놓을 만하다. 인테리어 전문가인 동화기업 문성훈 실장은 “패트릭씨의 작품은 서울이라면 평창동과 성북동 등 전원주택 분위기를 풍기는 주택과 어울린다”며 “세트 작품은 호텔 등에서도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 회사로서는 리바트가구가 티크가구를 선보였으나 전체를 티크 원목으로 만든 제품은 아니었다. 현재 논현동 일대에는 패트릭씨의 제자로서 그와 똑같이 티크로 작업을 해온 디자이너 진 톰슨의 작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몇 곳 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 로버트 패트릭은 누구?

로버트 패트릭(62·사진)은 프랑스 출신으로 목재 가구 전문 디자이너로서는 현재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최고급 티크를 구하기 위해 아예 93년 미얀마로 이주한 패트릭씨는 이곳에서 미얀마산 흑단과 장미목, 야자수 등 독특한 소재를 구해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70∼80년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90년대 가구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90년대 판시호텔, 아만 리조트 호텔 체인 등 유럽 특급호텔의 VIP룸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면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는 그의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98년 이후 일반인에게도 판매할 목적으로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도시와 파리 멜버른 도쿄 등지에서 그의 작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2000년에는 대영박물관에서 초청 전시회를 가졌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 티크로 만든 '가든 벤치'. 작아 보이지만 가로가 230cm에 이른다.

△ 티크를 소재로 하고 격자 무늬로 멋을 낸 '스퀘어 맷 암체어'
△ 의자 3개를 겹쳐놓은 듯한 사이드 테이블. 겹쳐 사용할 수도 있고 각각 분리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티크를 자재로 해 내추럴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 티크와 쿠쿠로 만든 암체어. 백악관에 한 점이 납품되었고 같은 디자인의 작품이 이번에 한국에 전시됐다.
△ 화장대의 은빛으로 빛나는 부분은 자개를 쪼개 붙인 것으로 조명을 받으면 무지갯빛이 난다. 의자까지 2200만원.

△ 티크 위에 금박을 입힌 캐비닛. 쿠웨이트와 요르단 등 아랍 왕족들이 왕실 장식으로 애용하는 작품이다.
△ '피라미드 셀브즈(selves)'라고 불리는 장식대. 티크 소재로 자연미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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