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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2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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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조계사 ‘설법전’. 침묵을 깨고 죽비 소리가 울린다.
비구와 비구니가 되는 것. 출가자의 생활은 어떤 것일까?
조계종은 부처님의 출가일인 이날부터 열반절인 28일까지 각 사찰에서 ‘108참회 정진’을 실시한다. 조계사가 일반 신자를 대상으로 스님의 생활을 체험하는 ‘1일 출가’에 참여했다. ‘하루 출가’는 이날 오전 9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 예불과 108 참회, 좌선, 발우 공양, 독경 등으로 이어졌다.
# 아! 108 참회
“거사(居士·남성 신자)님이 계시다고 놀라지 마세요.”
참석자를 점검하던 조계사 종무소의 한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아뿔싸, 공교롭게도 이날은 22명의 보살(菩薩·여성 신자)만 출가하는 날이었다. 직장 일에 바쁜 거사들의 출가 날짜는 주로 주말이었다. ‘청일점’으로 보살 사이에 낀 ‘왕 초보’ 거사의 취재를 겸한 출가 체험이 시작됐다.
죽비 소리와 함께 지도를 맡은 원명 스님(조계사 총무국장)이 1일 출가의 수칙을 전했다.
묵언(默言·침묵)과 걸어다닐 때 두손을 모으는 ‘차수(叉手)’, 기러기처럼 질서있게 이동하는 ‘안행(雁行)’, 스님을 만날 때 합장 반배로 예를 표현하기…. 이를 어길 때는 108참회, 200배 등 참회의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
두 다리와 두 팔, 이마를 바닥에 닿는 오체투지(五體投地) 자세의 108참회가 시작했다. 죽비 소리에 맞춰 절의 횟수가 올라간다.
속으로 서른번 쯤 헤아렸을까.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주로 50대인 보살들에 맞서 30대 거사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다른 보살들이 염주를 돌리며 108 참회를 마치는 사이 거사는 겨우 80여회를 채웠다.
# 휴! 발우 공양
발우 공양은 스님들이 사용하는 그릇 발우를 사용한 식사. 다시 딱 딱 딱. 세 번의 죽비 소리에 반배를 하고 발우를 펼쳤다. 발우는 밥을 담는 가장 큰 어시발우, 국 발우, 찬 발우, 그릇을 씻는 물을 담는 청수(淸水) 발우로 나뉜다.
원명 스님의 ‘엄포’가 있었다. 공양 뒤 발우를 깨끗하게 씻은 청수를 한곳에 모은다. 그런데 고춧가루의 찌꺼기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그 물을 같은 식사 조가 돌아가면서 마시게 된다는 것.
발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