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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4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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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님 흰 옷에 자장이 튀지 않을까요?
앙〓식당 매네이저(manager·매니저)분들이 특별히 커다란 냅킨을 저에게 서브해 주시죠.
이〓조개로 만든 한 홍콩 요리에 대한 무라카미 류(일본 소설가)의 맛 묘사는 맛깔스럽다기보다는 차라리 명상적이죠. ‘상어 지느러미나 전복처럼 내부에 건조된 바다를 감춘 그런 맛도 아니고, 새나 사슴처럼 피냄새도 나지 않고, 자라처럼 생명 그 자체에서 풍겨나는 비린내도 없고, 복어의 흰 살이나 캐비아처럼 생식(生殖)체계에서 벗어난 짙은 맛도 없다.’
앙〓조개요리는 이탈리안 푸드에도 자주 등장하죠. 이탈리안 푸드는 치즈가 압도적으로 많죠? 저는 치즈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그 맛에 공감을 못 느껴요. 쇠고기는 먹지만, 생선과 돼지고기에는 익숙지 않아요. 낙지나 문어처럼 꿈틀거리는 종류도 먹을 줄 모르고요. 간혹 맵게 조리된 닭 튀김은 먹는데, 깨소금에 찍어 먹죠. 느끼한 건 못 참거든요.
(14∼16세기 유럽에선 성스러운 ‘하늘’에 가까이 있는 동물의 고기일수록 몸에도 좋고 먹는 사람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믿었다. 귀족들은 그래서 사슴이나 멧돼지보다는 닭, 꿩과 같은 조류의 고기를 선호했다.)
앙〓저는 기분이 글루미(gloomy·우울한)한 날에는 물냉면을 먹어요. 그 쿨(cool)한 맛은 속을 굉장히 가라앉히면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죠. 얼큰한 순두부도 간혹 찾는데요, 그 매콤한 맛, Untouched Beauty of Nature(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는 원시적인 미각을 자극하죠. 반대로 경쾌하고 플레전트(pleasant·즐거운)한 날은 프랑스식이나 일식, 한정식 같은 다소 깔끔한 음식을 코스에 따라 포멀(formal)하게 먹고 싶죠. 아들과 이런 레스토랑에 입장할 때면 “오늘은 문화적인 식사를 경험하는 거야”하고 이르죠.
이〓요즘엔 김치버거나 불고기버거와 같은 하이브리드(hybrid·잡종) 패스트푸드가 신세대들에게 큰 인기인데요….
앙〓입맛은 개발되고 창조되죠. 저는 원래 생선회를 전혀 못 먹었는데, 10년 전부터 참치회를 유일하게 먹게 됐어요. 일본 여행 때의 일인데요. 한 레스토랑에서 참치회가 나왔죠. ‘참치, 저것도 비리겠지’ 했는데, 자연을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예술적인 세팅과 그릇에 정갈하게 놓인 핑크빛 참치를 목격하는 순간 ‘아, 먹겠어’하는 충동에 이끌렸죠. 물론 일그러진 뚝배기도 좋지만, 다이닝 테이블(식탁) 위에 놓인 꽃병, 미적인 테이블 클로스(식탁보), 베이지 혹은 옐로 혹은 와인 빛깔의 투명유리 볼(bowl·사발), 글라스가 주는 시각적인 감동은 식욕과 소화기능을 부채질하죠. 앞으로의 세대들에게는 더욱 절대적이고요. 저는 백화점 식기코너에 들러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가격도 굉장히 리즈너블(reasonable)한 것들이 많죠. 리즈너블, 좋으면서 비싸지 않고 적절하다는 표현이죠?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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