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馬 耳 東 風(마이동풍)

  • 입력 2002년 2월 26일 17시 21분


馬 耳 東 風(마이동풍)

馬-말 마 寒-찰 한叱-꾸짖을 질 酌-술따를 작 憤-분할 분鬪-싸울 투

李太白(이태백·701∼762)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최고의 詩人이다. 그는 혼란했던 때에 태어나 자신의 理想(이상)을 펴 보지 못하고 평생을 술과 시만을 벗삼아 보냈던 불운의 시인이기도 하다. 시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의 理想 역시 시대를 용납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의 친구 중에 王十二(왕십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 역시 세상을 叱咤(질타)하면서 보냈던 인물이다. 한번은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적은 시를 적어 李太白에게 보내면서 응답시를 요구했다.‘寒夜獨酌有感’(한야독작유감)이라는 시로 답답한 심정을 억누를 길 없어 추운 겨울 어느 날 밤 혼자 술잔을 기울이면서 憤世疾俗(분세질속)하는 자신의 심경을 읊은 시다.

사실 王十二의 심정이나 이태백 자신의 심정은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자신을 두고 말하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즉석에서 答詩를 썼다.

世人聞此皆掉頭(세인문차개도두)-세인들은 다들 듣기만 해도 고개를 저으니

有如東風射馬耳(유여동풍사마이)-마치 東風이 말의 귀를 때리는 것과 같도다.

본디 중국은 文人을 숭상했던 나라였다. 그런 전통은 어디 가고 세상이 혼란해지고 나니 이제는 장군들이 판치는 세상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래서 조그만 戰功(전공)이라도 세운 장군은 천하가 내 것인 양 으tm대며 글 읽고 문장 짓는 선비들을 하인 부리듯 했다.

그 뿐인가. 聰明(총명)이 번득여야 할 천자나 고관대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鬪鷄(투계·닭싸움) 놀음에 빠져 국정을 멀리하고 있으니 이 나라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장군에 이어 이제는 투계꾼이 총애를 받고 대로를 활보하는 세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寒窓(한창)에 기대어 시를 읊조리는 시인들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렇다고 고결한 인격과 吟風詠月(음풍영월)을 벗으로 하는 우리네 시인들이 기웃거려야 할 바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李太白은 그에게 답답한 심정은 술로 씻을 것을 권유하며 지금 세상에 그대와 같은 인격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위로한다. 왜냐하면 다들 詩文(시문)에는 關心이 없고 俗世의 榮達(영달)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아무리 詩句를 떠들어 봐야 고개만 저어 댈 뿐이니 東風이 말의 귀를 스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들 부질없는 짓일 뿐이니 우리는 우리대로 살아가면 그 뿐이라는 忠告인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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