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읽은 책]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

  • 입력 2002년 2월 22일 17시 40분


마냥 즐겁지 만은 않은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요즘,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려온 나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아니 사로잡고 있는 책은 일전에 한국을 방문해서 남산을 달리는 모습으로 선명한 독일외무장관 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궁리·2001)이다. 얼마전까지 요슈카 피셔가 운동을 시작하기 전과 동일한 생활 즉, 와인과 맛있는 음식으로 일의 스트레스를 떨쳐내는 생활을 즐겼던 내게 이 책은 몸의 야성을 회복할 것을 권유했다.

이 책을 작년부터 읽어야지 하고 미뤄두고 있다가 금년에 결국 읽게 된 까닭이 있다. 새해 들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나는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하고 느꼈다. 자동차를 타고 방송국과 공연장이라는 일터에서 일터로 그리고 들어앉아 음악감상과 공부, 글쓰기, 공연 해설 준비, 모두 앉아서 장시간 준비하는 일들이었다. 나는 인생을 열심히 달린다고 달려왔는데 실제 육체적인 달리기는 완전히 제로 상태였던 것이다. 나는 운동부족으로 쌓여간 ‘내 몸과 마음의 기름기’를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고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이때 나의 달리기 동지가 되어주고 지침서가 되어준 책이 바로 ‘나는 달린다’였다. ‘나는 달린다’는 112kg의 엄청난 비만 상태에서 75kg으로 감량을 하고 50세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몸 상태로 바꾼 요슈카 피셔의 고백의 ‘달리기 일기’였기 때문에 새로이 달리기를 하기로 결심한 내게는 용기와 뚝심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시간이 그보다 15세나 어리지 않은가 말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달리는 시간을 낸다는 것은 좀체로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요슈카 피셔가 그랬던 것처럼 삶의 우선 순위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그의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성실히 따라했다. 음식을 조절하고 아침이고 밤이고 잠시의 틈새 시간만 보이면 집 앞 탄천으로 달리러 나갔다. 처음엔 정말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좋은 트레이닝은 고통스럽다.

날씨가 달리기를 가로막는 핑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피셔의 글은 느슨해지려고 하는 나에게 채찍질이 되었다.

어느 날 눈이오나 비가 오나 날씨 탓하지 않고 달리는 내 모습을 보고 꽤나 놀라기도 했다. 하프 마라톤을 한 번 억지로 완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인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요슈카 피셔의 글 속의 구절 구절은 내겐 새로운 삶의 금언이 되었다. “양초는 양쪽에서 태워야 빨리 탄다”는 그의 지론처럼 나의 맑은 정신을 위해 오늘도 절제하고 그리고 달릴 것이다. 모든 것은 완전히 성공해야 성공하는 것이다. 어중간한 것은 없다.”

장일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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